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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없는 기후위기…순환경제로 망가진 지구 치료 나서야”
2021.06.10

미래학자 게르트 레온하르트 기조연설
작년 6월 기점 ‘인류세’ 도달 위기 심각
빅블루·빅그린, 지속가능한 미래行 티켓
ESG투자 확대·폭발적인 수익률 고무적
정부 역할 증대…초국가적 협력 따라야

 

캡처.JPG

 

“기후위기에는 백신이 없다. 쉽게 치료할 수준이 아니다. 치료제는 바로 순환경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위기를 비교해왔던 미래학자 게르트 레온하르트가 지구 반대편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같은 메시지를 전해 오며 “인류의 미래는 순환경제와 지속가능한 경제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온하르트는 10일 ‘H.eco 포럼 2021’에서 영상을 통한 기조연설에 나서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다다랐음을 경고하며 인간이 문제점의 주요 요인이 되는 시점인 ‘인류세(Anthropocene)’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자연이 만든 생물의 양(바이오매스)이 콘크리트, 금속, 아스팔트 등 인간이 만든 물질들보다 적어지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레온하르트는 “망가진 지구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다”며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결정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항상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기후변화의 시험대가 됐다고 봤다. 실존적 위기를 겪으며 타협할 줄 알게 됐고 새로운 경제 논리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다.

 

레온하르트는 코로나19가 초래한 ‘전환’이 시작된 만큼 이제는 기후변화를 맞닥뜨리고 이익과 성장보다는 사람, 지구, 목표, 그리고 번영을 위한 경제 논리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개월 동안의 미국을 예로 들며 전 세계가 급속한 탈탄소화와 순환경제, 지속가능한 모든 것들을 향해 방향을 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란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을 말한다.

 

레온하르트는 각각 기술과 탈탄소를 의미하는 두 가지 요소인 ‘빅블루’와 ‘빅그린’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티켓’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순환경제로 변화하는 속도가 가속화할 뿐 아니라 비용도 극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클라우딩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퀀컴컴퓨팅 ▷언어통역기술 ▷인공지능(AI) ▷블록체인 ▷3D프린팅 ▷가상현실(VR) 등을 두고 과학기술을 폭발적인 ‘게임체인저’로 지목했다.

 

레온하르트는 순환경제로 나아가면서 근무 환경이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직업과 연구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기존의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미래를 꿈꿨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레온하르트의 주장처럼 순환경제를 통해 앞으로 10~20년 사이 3억95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앤컴퍼니는 82조억달러에 달하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순환경제로 인해 투자 역시 전환될 것이라고 레온하르트는 예측했다. 그는 “사람들은 지속가능한 환경·사회·거버넌스(ESG) 관련 펀드에 투자하고 있고, 수익률도 폭발적”이라며 “돈이 순환경제로 움직이는 것이 보일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의 태도와 경제활동 방식도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온하르트는 탈탄소 정책 역시 마찬가지라고 전망했다. 국가와 기업들이 탈석탄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10년 내에 석유의 종말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유가 고갈돼서가 아니라 수익성이 더 이상 없어지기 때문이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에서 ‘빅블루’, ‘빅그린’ 못지않게 중요한 게 ‘빅 폴리시’ 즉 정부 정책의 역할이다.

 

레온하르트는 정부 개입이 없다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으며,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기업들이나 시장이 나서서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들은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면 된다”며 “정부가 화석 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고 녹색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비즈니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레온하르트는 ‘빅폴리시’에는 초국가적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다자주의에서 후퇴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지만 물과 음식, 에너지와 빈곤 등 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국가적으로 협력할 수밖에 없다”며 “전 지구적 문제를 함께 하결하기 위해 앞서가는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제안했다.

 

탄소세와 채식주의 등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뉴노멀’이 될 미래에서 지속가능성이 새로운 수익성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레온하르트는 전망했다.

 

그는 “때론 좀 줄어들거나 덜 성장할 때도 있겠지만, 사람과 지구를 위한 일들이 ‘탈성장’이라는 주장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지속가능하고 되돌려주는 성장, 이것이 성장하지 않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냥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미래가 그냥 발생하길 기다리면 안 됩니다. 우리의 선택에 미래가 달려 있어요. 선택을 하고, 옳은 행동을 하고, 사람들과 연대하고, 미래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바꿈으로써 말이죠. 우리가 올바른 결정을 한다면, 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을 겁니다.”

 

주소현 기자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10610000626&ACE_SEAR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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