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디지털 콘텐츠 소비로 전세계 데이터 전력사용량이 폭증하는 가운데, 케이팝 팬들이 국내 음원 스트리밍 이용자 수 1위인 멜론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고 나섰다.
14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은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서울 홍대 버스킹 거리에서 멜론을 상대로 공개 프로포즈 형식의 퍼포먼스를 벌인다. 지난해 시작한 친환경 스트리밍 캠페인 ‘멜론은 탄소맛’(서명인원 현재 1만 304명, 13일 기준)의 일환이다.
무대는 기후위기를 상징하는 꿀벌 의상을 입은 활동가를 중심으로 케이팝 보이그룹 NCT 드림의 ‘캔디' 커버댄스로 막을 연다.
이어 멜론을 향한 고백문을 통해 이들은 “작년부터 전세계 케이팝 팬들과 함께 앱스토어에 재생에너지를 써달라는 리뷰를 수백 건 남기고, 1만 서명까지 전달했다. 멜론은 대응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100일이 지나도록 감감 무소식”이라며 퍼포먼스를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화이트 데이까지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멜론은 지난 연말 케이팝포플래닛이 국내외 케이팝 팬 약 5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 최악의 스트리밍’ 설문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팬들은 1만 서명을 전달하고 받은 기업들의 공식 답변을 토대로 이들이 얼마나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는 지 평가했다.
투표 결과 멜론이 1위(한국 47%, 해외 57.1%)를 차지했고, 벅스(한국 38.3%, 해외 17.9%), 지니뮤직(한국 8.5%, 해외11.3%), 바이브(한국 6.2%, 해외 13.7%)가 그 뒤를 이었다.
이들에 따르면 음원 스트리밍은 팬들이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는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스트리밍 사업자가 없다. 캠페인을 이끈 이다연 캠페이너는 “온라인 음원을 재생할 수록 더 많은 탄소가 배출돼 기후위기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고 강조했다.
실제로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등 국외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 100%를 달성하고 협력사로 흐름을 확대해가고 있다. 반면 국내 1위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소유한 카카오그룹은 204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100% 사용(화석연료 변환에너지 포함)을 목표로 하는 등 그 대응이 크게 뒤처져 있다.
이에 단체는 지난 6월 ‘멜론은탄소맛' 캠페인을 시작, 스트리밍으로 인한 대규모 탄소 배출 문제를 알려왔다. 또한 국내 음원 서비스들에 2030년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고,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 청원은 시작 한 달 만에 53개국에서 1만 명이 참여했을 정도로 팬들 사이에서 큰 공감대를 샀다. 단체가 케이팝 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70% 이상이 보다 친환경적인 플랫폼으로 바꿀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다연 캠페이너는 “최근 실물 음반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가 부각됐지만 스트리밍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고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업계 1위인 멜론이 앞장서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케이팝의 위상만큼이나 케이 음악 플랫폼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은 케이팝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 플랫폼이다. 대표 캠페인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를 통해 플라스틱 음반을 줄이고 저탄소 콘서트를 제안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지속가능성을 요구해왔다. 이후 JYP엔터테인먼트의 한국형 RE100를 선언과 SM 엔터테인먼트의 유엔글로벌콤팩트 가입 등이 이어졌고, 지난 7월에는 BTS의 멤버 ‘제이홉'이 환경을 고려한 디지털 플랫폼 앨범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