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생산을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화학물질이 사용되면서 생산량만큼 환경오염도 늘어난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식품은 완전히 소비되지도 못한채 다시 음식물쓰레기라는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돌아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1만 5903톤(2017년 기준)이 발생한다. 이는 전체 생활폐기물 하루 발생량(5만 3490톤)의 29.7%에 해당되는 수치다. 더욱이 음식물 쓰레기 양은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세대수 증가,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푸짐한 상차림과 국물 음식을 즐기는 음식문화 등의 영향으로 매년 증가 추세이다.
이에 최근 유럽에서는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를 막기위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미국의 식품 전문매체인 푸드네비게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오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스마트 프로테인 프로젝트’(Smart Protein project)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960만 유로(한화 약 124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에는 33개 산업 파트너들이 참여하며, 4년 뒤인 오는 2025년경 첫 번째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버려지거나 동물 먹이로 사용되던 식품 부산물을 신소재 단백질(novel protein)로 개발하는 것이 목적으로, 기후 변화 및 미래 식량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이다.
핵심은 식물성 기반의 신소재 단백질의 개발이다. 식물성 기반의 식품은 환경오염을 줄이면서도 건강한 단백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올라섰다. 이번 프로젝트또한 새로운 식물성 단백질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내는 것이 핵심 가치이다. 식물성 단백질은 놀랍게도 한 번 사용된 음식물 쓰레기도 포함한다. 먹다남은 파스타 찌꺼기나 빵 껍질, 또는 맥주 제조후 남은 효모나 맥아의 잔뿌리 등이다. 이에 프로젝트에서는 이탈리아의 파스타 브랜드나 태국의 해산물 식품업체, 벨기에 맥주제조회사등이 참여한다. 연구원들은 단백질 구조나 생리화학 작용등의 연구를 통해 식품 부산물을 새로운 미생물의 바이오매스(biomass) 단백질로 재탄생시킨다.
고단백 식품 개발을 위해 버려지는 식재료를 업사이클링(Upcycling, 폐기물을 더 좋은 수준의 제품으로 재탄생시킴) 하는 일은 이미 스타트업(Start-Up)을 비롯한 식품 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든 분야이다. 덴마크의 식품 스타트업체인 ‘치즈잇유어셀프’(CheeseItYourself)는 액상의 음식 쓰레기를 식물성 치즈로 만들었다. 이 업체는 아쿠아파바(Aquafaba, 삶은 콩물)를 혼합한 비건 믹스 파우더 개발에 성공했다. 이 믹스 파우더를 물과 섞어 5분 동안 가열한 후, 두 시간 가량 냉장고에 넣어두면 단단한 치즈 모양이 만들어진다. 일반적인 비건 치즈보다 단백질 함량도 높다.
‘라이스프로덕트’(Rise Products)사의 맥주 곡물 찌꺼기로 만든 대체 밀가루나 탈지한 해바라기씨를 식물성 단백질가루로 만든 ‘플라네타리안스’(Planetarians)사의 제품도 있다. 이러한 단백질 가루는 빵, 비스킷, 파스타 등 다양한 식품에 적용이 가능하다.
EU 지원의 프로젝트나 유럽 내 푸드스타트업의 도전들은 음식물 낭비 제로(zero)의 가치 전달에 큰 의미가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속가능한 대체 단백질 분야에서 버려진 식품을 재활용한다는 창의적 접근은 소비자의 주목끌기에도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이미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식생활 트렌드가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