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오 타나카 전 IEA 사무총장 기조연설
청정수소·원자력 활용, 한일 시너지 필요
한·미·일 안보협력, 에너지협력으로 확대 제안
“한국과 일본은 미래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청정 수소와 원자력을 활용하면 됩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22일 서울 반포 세빛섬 가빛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4회 ‘H.eco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선 노부오 타나카 전(前)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한국과 일본과의 협력이 두 국가의 생존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IEA 사무총장을 지낸 그는 에너지 대응에 성공한 국가가 전 세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전 세계가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넷제로(Net-Zero)’ 달성을 위해 노력하면서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IEA의 ‘2050 넷제로 로드맵’에 따르면 2050년 석유와 천연가스는 대부분 사라지고 수소, 원자력 발전이 현재의 2배 규모로 증가한다. 타나카 전 사무총장은 “(이러한 분석에 대해) 원유 생산국에서는 ‘IEA 충격’이라고 한다”며 “원유 수요는 정점에 달했고, 2~3년 안에 천연가스 수요가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요국은 이러한 미래 에너지 패권 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그는 “미국은 수출에 유리해 단기적으로 봤을 때 승자다. 러시아는 패자인 반면, 유럽연합(EU)도 승자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린수소와 블루수소에 투자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는 재생 에너지 초강대국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비싼 수소 가격이다. 타나카 전 사무총장이 에너지 전환을 적극 선도하는 주요국에 대응하는 한일 양국의 시너지를 더욱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IEA 분석에 따르면 여전히 수소 가격은 다른 국가보다 일본이 더 비싸다”며 “저렴한 에너지 공급은 기업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설계된 원자력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그는 “일본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 재가동을 원하고 있다”며 “새롭게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건 어렵지만 기존에 가동 중인 걸 재가동하면 저가에 이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원자력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만큼 위험 요소는 제한해야 한다. 그는 원자력 가동을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으로부터의 안전, 폐기물 처리, 그리고 발전소 안전성 담보다.
타나카 전 사무총장은 “만약에 이런 지속 가능한 원전이 합의 가능하다면 일본 후쿠시마에서도 미래 원자력 모델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여러 요건을 갖춘 한 원자력 모델인 일체형 고속로(IFR)를 장려한다”고 말했다. 타나카 전 사무총장은 이날 현장에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을 에너지 협력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끝으로 그는 딸을 위해 제작한 올해 신년 카드를 청중들에게 소개했다. 초록색 용이 작은 새들과 어우러져 거대한 산 주변을 날아다니는 신년 카드에는 “새들이 용과 함께 날아다니며 새해를 축복하고 있다”라는 문구가 담겼다. 타나카 전 사무총장은 “우리 인간들도 협력을 통해서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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