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하기로 합의했다.
석탄과 석유, 가스 등을 아우르는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진 건 처음으로, 28년만에 거둔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섬나라 등 100여 개국은 “사망진단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엇갈린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서 살펴봐야 할 문구는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 away)’과 ‘퇴출(phase-out)’, ‘감축(phase-down)’ 세 가지다.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COP28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유지하기 위한 8가지 방안 등이 담긴 최종 결정문을 타결하고 폐막했다.
결정문의 토대가 되는 21쪽 분량의 전 지구 이행점검(GST) 결정문에는 “저감 없는 석탄 발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노력에 속도를 낸다”, “정의롭고 질서정연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 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을 통해, 2050년 넷제로 달성에 중요한 향후 10년 간 행동에 속도를 낸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비판의 대상은 ‘전환’이다. 그동안 화석 연료와 함께 언급돼 왔던 ‘퇴출’, ‘감축’이 주로 언급돼왔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생소한 표현의 등장이다.
그동안 해수면 상승의 위기에 처한 도서 국가들과 미국, 유럽연합(EU) 100여 개국은 최종 결정문에 화석 연료 ‘퇴출’이라는 문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퇴출이 석유 생산과 소비를 아예 하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를 전제로 한다면, 감축은 미래의 목표보다는 석유 생산과 소비를 당장 줄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이런 탓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 개발도상국들은 화석 연료 퇴출이라는 표현을 피해왔다.
정작 결정문에 남은 ‘전환’은 ‘퇴출’은 물론 ‘감축’보다도 상당히 완화된 표현이다. ‘감축’의 대상으로 화석 연료보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 발전이 대신 언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탄 감축은 COP26에서 이미 다뤄진 바 있다. 2년이 지난 올해 결정문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반복된 셈이다. 또 석탄 발전에 ‘저감 노력 없는(unabated)’라는 단서를 달아 탄소 포집 등 장치를 갖추면 감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퇴출’이라는 문구는 생뚱맞게 보조금과 짝지어졌다. 결정문에는 “에너지 빈곤이나 정의로운 전환을 해결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화석 연료 보조금을 가능한 빨리 단계적으로 퇴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스는 ‘과도기 연료(transitional fuel)’라는 표현으로 감춰졌다. 결정문에는 “과도기 연료는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고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일부 국가들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은 “화석 연료의 단계적 감축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결정문은) 점진적이지만 전환적이지 않다”며 “많은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최종 결정문에는 절반 정도의 허점도 포함돼 있다”며 “향후 행동과 재정 지원에 따라 (이번 합의가)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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