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세계 주요 전자 브랜드에 납품하는 동아시아 전자제품 공급업체 11곳의 기후위기 대응 성적을 매겼다. 그린피스는 “5개 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테크 기업들의 기후 대응 노력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그린피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최종조립 부문 주요 공급업체의 기후위기 대응 성과를 분석 및 평가한 ‘2023 공급망의 변화’ 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증감 및 조달 방식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정책 옹호 활동 등 4개 항목을 지난해와 비교했다.
이들 공급업체들의 탈탄소화 전환 의지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린피스는 “11개 업체 중 8곳은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약속했다”면서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가 협의체(IPCC)에 따르면 파리 협정의 1.5도 상승 억제 목표를 이루려면 모든 부문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 이상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삼성전자, 인텔, TSMC, 폭스콘, 입신정밀 5개 업체는 2020년보다 2022년에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목표 설정에서 일부 진전도 있었다. 11개 업체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전력 조달 비율 중간값은 20%로, 2021년(10%) 대비 두배 늘었다. TSMC는 2030년까지 전력의 60%, 2040년까지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며 목표를 앞당겼다.
재생에너지 친화적인 정책도 눈에 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재생에너지 전력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요청하고 관련 기업들과 교류하는 등 정책 개발을 위한 노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국내 기업들 중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4군데가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재생에너지 전력 비율을 전년 대비 25.6%포인트 끌어올리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종합 성적도 지난해 D에서 올해 C로 올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각각 전년 대비 온실가스를 24.7%, 53% 감축하며 C-로 성적을 올렸다.
반면 삼성전자는 D+로 지난해와 같은 단계에 머물렀다. 파운드리 경쟁업체인 TSMC보다 현재 재생에너지를 네배 가까이 쓰는데도 박한 평가를 받은 데에는 ‘조달 방식’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TSMC는 자체적으로 발전하거나, 발전단지에 지분 투자, 발전업체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전체 전력 사용량의 44.1%를 조달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인증서(REC)나 녹색요금제 구매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상대적으로 적게 기여하는 조달 방식이 글로벌 전체 전력 사용량의 98.6%를 차지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활동가는 “현재 삼성전자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량은 TSMC보다 많지만 상황이 역전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기후 대응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기후공시가 코앞에 다가온 만큼 진전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31121000472&ACE_SEARC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