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건강한 바다라면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있고, 해조류를 걷어내면서 나아갈 정도로 울창한 느낌의 숲이 있어야 하거든요. 제주 바다에는 돌이랑 물밖에 없었어요.”
6년째 제주 해안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디프다제주’의 변수빈 대표가 처음 관심을 가진 건 바닷속의 쓰레기였다. 취미 모임에서 쓰레기 수거단체로 규모를 키워가면서 주 무대는 바닷가가 되었지만 변수빈 대표의 마음 한켠에는 깊은 바닷속에 묻혀있는 쓰레기가 남아있었다.
바닷가에 보이는 쓰레기는 사실 해양쓰레기 중 일부분이다. 대부분은 바닷속에 있다. 이 쓰레기들로 바닷속의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바닷속까지 들어가는 일부 사람들뿐이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해오던 변수빈 대표는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을 바닷속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이른바 ‘그린다이버’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변수빈 대표는 “사실 해양쓰레기의 95%는 바닷속에 있다”고 설명했다. 뒤엉킨 그물, 조각난 페트병 정도는 귀여운 수준이다. 심각한 곳엔 바위 틈마다 쓰레기가 꽂혀있기도 하다.
가장 많이 발견되는 쓰레기는 생뚱맞게도 의료폐기물. 약들이 굴러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변수빈 대표는 “선크림 1㎎만 발라도 전방 1㎞의 산호초가 죽는다는데, 의료폐기물이나 농약 같은 게 바닷속에 있다면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이런 이유로 디프다제주는 올해 바다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 유해성 폐기물을 조사하고 데이터를 쌓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바닷속 사정을 안다고 해도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바닷속의 쓰레기도 줍고 싶다는 의견들이 있지만 진입 장벽이 높다. 깊은 바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이빙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교육과 초기 비용 등이 들기 때문이다.
바닷속에 가라앉은 쓰레기 역시 다른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하나하나 직접 주워야 하는데, 사람이 턱없이 부족하다. 디프다제주는 월 10회 안팎의 해안가 쓰레기를 줍는 일정을 짜고 여기에 참여할 인원을 달마다 모집한다. 그러나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디프다제주의 구성원 중에서도 다이빙을 할 줄 아는 6명 안쪽이다.
변수빈 대표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그린다이버’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적인 안전 및 다이빙 교육과 함께 바닷속에서 쓰레기를 줍고 이를 처리하는 방법 등도 배운다. 다이빙을 연습하면서도 쓰레기도 줍는 식이다.
우선 올해는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후원을 받아 10명의 그린다이버를 배출한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이버 양성을 지속할 수 있도록 옵트그래놀라, 베통케빈, 에리얼즈냅 등 친환경제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도 다이버 양성에 보탠다.
다이버가 많아질수록 해양 오염에 관심도 커지고, 쓰레기도 주워오는 문화가 더 퍼질 수 있다는 게 변수빈 대표의 바람이다. 그는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에 중요한 바다가 훼손되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아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진다”며 “다이빙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해양쓰레기 및 오염 문제가 더 공론화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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