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아직도 샥스핀을 파는 데가 있나요?”
상어 지느러미로 만든 국, 탕 등 요리는 부의 상징으로 통했다. 특히 샥스핀 요리의 원조인 중국에서는 부의 상징으로 통해 중요한 행사에서 접대의 의미로 나오곤 했다.
상어 남획으로 인한 개체 수 감소, 해양생태계 파괴 등으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전 세계적인 호텔 체인에서도 점차 샥스핀 요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고급 요리라는 인식이 남은 탓에 샥스핀을 여전히 판매하고 있는 국내 호텔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4일 ‘상어인식 증진의 날’을 맞아 서울 소재 16개 호텔을 대상으로 질의서를 보낸 결과를 공개했다.
16개 호텔 중 환경운동연합의 질의에 응답한 호텔은 없었다. 일부 호텔에서는 여전히 샥스핀 요리를 판매하고 있다고 환경운동연합은 밝혔다.
앰배서더서울풀만의 경우 2016년 판매 중단을 선언했으나 이후 다시 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신라호텔, 조선팰리스서울강남, 서울웨스틴조선호텔 등은 대체 재료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다시 샥스핀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샥스핀을 먹지 말자는 캠페인이 벌어진 데는 잔인한 상어 남획이 있다. 해양학자 보리스 웜(Boris Worm)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에서는 상어 약 1억마리가 포획되고 있다.
값이 나가는 지느러미만 잘린 채 상어는 바다로 다시 버려진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는 헤엄을 칠 수 없어 그대로 질식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상어가 지난해 죽어나면서 지난 50년간 상어 개체 수는 71% 줄어들었다.
바다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인 상어 개체 수가 줄면 먹이사슬이 무너지게 된다. 상어가 줄어들면서 대신 차상위 포식자 개체 수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차상위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해양생물의 개체 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파괴적인 상어 조업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샥스핀을 주요하게 소비하는 고급 호텔이나 음식점 등도 나서고 있다.
아시아 호텔 체인인 페닌슐라(Peninsula)는 2011년 샥스핀을 더는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힐튼(Hilton)호텔 체인도 샥스핀을 메뉴에서 삭제했고, 2014년에는 전면 금지했다. 메리어트(Marriott)호텔 체인 역시 2014년부터 샥스핀 요리 전면 금지에 동참한 상황이다.
중국에서도 2013년부터 정부 공식 행사에서 샥스핀을 먹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호주, 홍콩, 대만 등의 국가에서 상어 포획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샥스핀 요리에 대한 수요가 계속되면서 상어의 포획 및 유통이 불법으로 지속되고 있다. 반려동물 사료부터 화장품까지 다양한 제품에 활용되는 탓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 세계 상어 시장규모는 연간 1조3000억원(10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은 1년에 상어를 2747t(2020년 기준) 수입하고 있다. 87억원 규모로 전 세계 8위 수입국이다. 상어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는 이탈리아로, 브라질과 스페인, 호주, 중국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실제 지난 6월에는 브라질에서 아시아로 밀수출하기 위해 포획한 1만마리 분량의 상어 지느러미가 적발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 김솔 활동가는 “호텔에서 고급 요리로 판매되는 샥스핀은 그 이면에 수많은 문제점이 있다. 해당 종의 멸종뿐만 아니라 해양생태계 파괴를 야기하고 고통을 느끼는 동물에 대한 잔혹한 학대가 동반된다”며 “이제 호텔들도 우리나라 국민과 국제 흐름에 따라 샥스핀 판매를 중단하고 해양생태계와 멸종위기종 보호에 기여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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