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굴 껍데기 쓰레기가 산처럼 쌓였어요. 냄새 나서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니까.”
우하영 토이즈앤 대표는 경남 거제가 고향이다. 원래 굴 양식은 마을에 안식을 주는 소중한 돈벌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평화로운 어촌에 싸움이 끊이질 않았다. 굴 껍데기가 산처럼 마을을 잠식했기 때문.
우 대표는 “냄새도 심하고 누가 치우느냐고 사람들이 싸우기 시작했다. 굴 껍데기 쓰레기가 오히려 마을 평화를 깨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굴 껍데기 쓰레기는 사실 일반적으론 체감하기 힘든 쓰레기다. 집에서 먹어봤자 얼마나 먹을까. 하지만 굴 양식을 하는 지역이라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이렇게 한해 쌓이는 굴 껍데기 쓰레기는 약 38만t. 이 역시 감이 안온다면? 1t트럭 1054대가 1년 동안 매일 옮겨야 하는 양이다. 이렇게 쏟아지는 굴 껍데기 중 재활용되는 건 불과 19% 뿐.
굴 껍데기는 알고보면 90% 이상이 탄산칼슘인 귀한 자원이다. 다만, 이를 제대로 재활용하지 못해 대부분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 최근 친환경 스타트업이 굴 껍데기 재활용에 뛰어드는 이유다.
토이즈앤은 굴 껍데기를 재활용해 도자기를 만든다. 정확히 말하면 도자기(흙을 빚어 만든 그릇)는 아니다. 외형만 도자기일 뿐, 굴 껍데기로 만든 재질로 보면 대리석에 가깝다.
우 대표는 “굴 껍데기로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연구 개발 끝에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상품을 만들어 본 것”이라며 “향후 장식품이나 화분, 화병 등으로도 상품을 넓혀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 외에 미국이나 일본 등에도 판매 중이다.
스타트업 PMI바이오텍은 좀 더 직접적으로 굴 껍데기를 탄산칼슘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불순물을 걸러내 순도 99.5%의 탄산칼슘으로 쓴다. 현재 고순도 탄산칼슘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굴 껍데기를 제설제인 염화칼슘으로 다시 쓰는 업체도 있다. 쉘피아는 굴 껍데기를 다른 공정에서 쓰고 나온 폐산(산성 폐액)과 결합, 제설제를 개발했다. 폭설이 잦아지면서 제설제 수요도 급증, 굴 껍데기를 활용한 제설제가 충분히 경쟁력 있다는 게 최수빈 쉘피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굴 껍데기 제설제의 차별점으론 국산화, 친환경화, 그리고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 극대화”라고 밝혔다.
굴 껍데기는 그대로 바다에 버리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순수한 형태의 굴 껍데기라면 그나마 낫다.
문제는 굴 껍데기 쓰레기 대부분이 양식용에서 온다는 데에 있다. 양식 과정에서 플라스틱 로프나 그물 등이 껍데기에 섞이고, 이를 그대로 버리면 바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를 해결하고자 소각하면 또 대기를 오염시킨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수산부산물 쓰레기는 꾸준히 증가세다. 현재 한 해에만 112만t에 이르고 있다. 어류가 49만t으로 가장 많고, 그 뒤를 차지하는 게 바로 굴이나 조개 껍데기 등 패류(38만t)다. 그리고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그냥 방치되거나 버려지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 재활용 기반을 강화하려 한다. 굴 껍데기 쓰레기에 섞이는 플라스틱 등을 처리하는 세척 장비 등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굴 껍데기가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는 귀한 자원인데 그냥 버려지고 있다”며 “자원 낭비일 뿐 아니라 바다 오염으로 이어지는 만큼 재활용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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