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 중 압도적 1위는 다름 아닌 폐어구(45.3%, 한국해양환경공단 2018년 기준)다. 한 해 동안 바다에 유실되는 폐어구는 4만여t에 이른다. 어망도 부표도 통발도 모두 500년 넘게 썩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이다.
그나마 부표 등은 수거라도 용이하다. 폐어망은 바닷속에 가라앉아 해양생물을 옥죄고, 잘게 분해되더라도 미세플라스틱으로 해양생물에 유입된다. 그리고 우리 식탁에 오른다.
폐어망을 재활용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화컴파운드와 함께 폐어망 재활용 소재를 연구·개발해 스마트폰에 적용했다. 스타트업 포어시스는 폐어망을 콘크리트 소재로 재활용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와 폐어망 재활용 소셜벤처 넷스파, 재단법인 심센터는 폐어망을 재생나일론 원료로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노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2020년 기준 해양쓰레기 수거에 투입된 예산은 917억원에 달한다. 수산업법 개정안을 통해 폐어구 관련 대책을 강화했다. 어구에 소유주를 표시하는 어구실명제나 어구 판매가에 보증금을 추가해 폐어구 반납 시 보증금을 돌려주는 어구보증금제도 도입한다.
그럼에도 일선 어업 현장 분위기는 냉담했다. 문제는 뚜렷한데 개선은 미미했다. 이유는 얽혀 있었다. 부산 다대포항에서 만난 어민은 “분리배출해도 수거가 잘되지 않으니 문제”라고 토로했다. 반면 수거·재활용 관련 업체들은 “분리배출이 미흡하니 수거해도 상품성이 없다”고 했다.
소형 어선의 선주들은 “폐어망을 육지에 갖고 나오지 않으니 문제”라고 했고, 근해어업의 선주들은 “한 달 이상 바다에 있어야 하는데 그때까지 폐어망을 보관하고 육지까지 싣고 나오라는 게 문제”라고 했다. 보완책으로 바다 한가운데에 대형 구조물을 설치, 폐어망을 모아보기도 했다. 이번엔 배낚시꾼이 문제였다. 배로 오가면서 이곳에 무단으로 일반쓰레기까지 버리기 시작했다. 결국 서로 처리를 떠넘기는 쓰레기더미가 됐다.
결과적으로 폐어망 수거는 미미한 형국이다. 그러다 보니 규모의 경제가 생기질 않는다. 의욕적으로 뛰어든 기업들도 사업을 확장하거나 영속하기 어렵다. 그러면 더 수거량은 줄어든다. 악순환이다.
인식 개선과 함께 분리배출과 수거에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한 어민은 취재진을 붙잡고 이렇게 토로했다. “폐어망 담을 마대자루라도 좀 충분히 줘 보이소. 우리도 바다에 바로 안 버리고 싶어예. 수거만 제대로 해주면 어민도 열심히 분리배출 안 하겠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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