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구 문제를 해결하려면 폐어구를 바다에 버리지 않을 이유가 전제돼야 한다. 처벌을 강화하거나 유인책을 강화하거나. 물론,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발적으로 폐어구를 모을 수 있는 유인책이다.
해양폐기물 수거·관리 및 재활용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포어시스는 폐어구·어망, 굴 껍데기 등의 폐각(수산 부산물) 등을 활용해 ‘대체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폐어망은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으로, 폐각은 모래와 자갈로 쓰인다.
대기업도 폐어구 문제에 점차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 시리즈에 폐어망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다. 향후 전제 제품 라인업에 폐어망 재활용 플라스틱을 확대 적용, 올해에만 약 50t 이상의 폐어망을 재활용할 계획이다. 효성티앤씨는 폐어망으로 나일론 섬유 ‘마이판 리젠오션’을 생산하며 폐어망 생태계 구축에 참여했다.
매년 국내에서 버려지는 폐어망은 4만3000t 규모로 추정된다. 이 역시 추정치일 뿐 정확한 수치는 통계로 잡히지 않고 있다. 폐어망 대부분도 육지로 수거되지 않고 바다에서 그냥 버려진다.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해상 쓰레기 중 75.5%로 가장 많은 게 폐어망을 포함한 폐어구로 나타났다. 폐어망이 쓰레기가 아닌 자원으로 재평가된다면 수거량도 자연스레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어구 실명제·보증금제
제도적 정비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말 국회를 통과한 수산업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해양환경관리법에는 폐기물을 바다에 배출하는 걸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하고 있다. 조개껍데기나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Storag)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스트림’ 정도가 예외적으로 바다에 버릴 수 있는 폐기물들이다. 그물이나 부표 등 폐어구는 당연히 바다에 버리는 행위 자체가 불법인데, 지금까지 명확한 책임 추궁 없이 사실상 방치돼 왔다.
수산업법 개정안은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목표로 명시하며, 폐어구 문제 해결의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어구 실명제와 어구 보증금제가 핵심이다. 어구를 설치할 때 소유자 등을 적는 게 어구 실명제로, 폐어구 수거 비용을 폐어구 소유자가 부담하도록 명시했다.
어구 보증금제는 어구를 구매할 때 보증금을 같이 지불하고, 이후 어구를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공병이나 일회용컵 등에 적용되는 보증금제와 유사하다. 이를 관리할 어구보증금센터도 마련된다. 어구 실명제는 내년 1월부터, 어구 보증금제는 제도 보완 등을 거쳐 2024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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