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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덩이 음식 쓰레기…곤충으로 바꿔 돈 버는 이 남자 [지구, 뭐래?]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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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팬데믹 시대,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죄책감은 가히 전 국민적이다.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기 위해 커피숍에 텀블러를 챙겨 가고, 배달용 일회용 그릇을 설거지해 배출하며, 포장을 최소화한 친환경 제품을 응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음식 쓰레기를 버릴 때의 마음은 어떤가. 음식 쓰레기는 뒤죽박죽 섞여도 결국 음식 쓰레기이니, 어떤 방식으로든 재활용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비료나 가축 사료로 잘 쓰인다면, 지구에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라면서 말이다.

 

음식 쓰레기 재활용을 고민하는 스타트업 뉴트리인더스트리의 홍종주 대표는 “음식물만큼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도 없다”며 이같은 편견을 깨부순다. 현재 ‘건더기’는 잘 말려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국물’은 어쩔 수 없이 비싼 돈을 들여 정화해야 하는 골칫덩이일 뿐이다. 그렇게 음식 쓰레기의 100 중 80은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홍 대표는 곤충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음식 쓰레기에 영양분을 첨가해 통째로 곤충 먹이로 만들면, 그간 재활용되지 않던 ‘국물’까지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얻은 곤충과 애벌레가 돈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언뜻 황당한 발상처럼 들리지만, 기술력을 최우선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명 벤처캐피탈(VC) 등으로부터 지난해 말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홍 대표를 직접 만나 곤충을 이용한 ‘바이오 컨버전’의 밑그림을 엿봤다.

 

-뉴트리인더스트리가 주목한 문제는 무엇이었나요?

 

“통상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폐수 80%와 유기물 20%로 구성돼 있습니다. 유기물 20%는 지금도 다양한 방식으로 퇴비화되고 있지만, 음식물 폐수를 산업적 규모로 재활용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더라고요. 하수처리 과정을 거쳐 바다로 흘려보내거나 가열해서 증발시켜야 하는데 비용 부담이 있고, 이 때문에 처리 과정 없이 그냥 바다로 흘려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우리나라에서 하루 동안 발생하는 음식물 폐수는 1만3000t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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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재활용 산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폐기물 해양 배출은 오랫동안 합법이었어요. 런던협약에 따라, 2016년이 돼서야 폐기물 해양 투기에 대한 처벌이 시작됐죠. 이렇게 법은 바뀌었지만 시장은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법대로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비용이 기존보다 2~3배가 뛰어요. 또, 폐합성수지나 폐목재의 경우 불법으로 창고를 빌려 쌓아두기도 하지만, 음식 폐기물은 탱크로 계속 밀려 들어오고 가스도 차오르니 방치할 수가 없거든요. 결국 감당하기 힘든 업체들이 줄줄이 손들고 폐업했죠.

 

홍 대표는 경남지역 폐기물종합재활용업체인 창원에너텍을 운영한 아버지 옆에서 폐기물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여 왔다. 그런 그가 보기에 음식 폐기물 시장은 기회의 땅이었다. 지난 2016년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창업에 나선 자신감의 배경이다.

 

“사실 일반인들은 쓰레기를 버리기만 하지, 이게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많이 없잖아요. 하지만 저는 아버지가 폐기물 기업체의 밸류를 높이고 매각하시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폐기물 사업이 얼마나 수익성이 높은 사업인지 일찍부터 알고 있었어요. 수년 전부터 사모펀드들이 이 시장을 정복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근데 사모펀드가 유일하게 건들지 않은 시장이 의료 폐기물과 음식 폐기물 쪽이었습니다.

 

시장 규모가 큰 음식 쪽에서 사업 기회를 찾아보려 시장 조사를 했는데, 이게 말이 안 되는 시장이더라고요. 사실 산업폐기물 업계에서는 재활용률이 99%거든요. 확보한 쓰레기는 전부 돈이에요. 근데 음식물은 100중의 20밖에 재활용을 못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뉴트리인더스트리가 내놓은 솔루션은?

 

“우선 음식물 폐수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방향을 세웠고, 그 방법은 곤충이었습니다. 사람이든 곤충이든, 생물이 섭취하는 음식은 함수율이 70~80%가량 돼요. 가루로 판매되는 곤충 먹이에도 결국은 물을 섞어줘야 하고요. 근데 음식물 쓰레기가 딱 폐수 80%에 유기물 20%거든요. 쓰레기에 농업 부산물 등 첨가물을 넣으면 곤충이 먹기 딱 좋은 먹이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오히려 곤충 먹이로서의 함수율을 맞추기 위해, 그간 골칫덩이였던 음식물 폐수를 활용한다고 볼 수 있겠죠.”

 

홍 대표는 폐기물 사업의 핵심이 허가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폐기물을 배출한 기업 입장에선 허가권을 보유한 업체에게 폐기물 위탁 처리를 맡겨야만 관련한 부담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지난 2017년부터 곤충을 활용해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법적으로 열렸고, 뉴트리인더스트리는 곧바로 허가권을 획득에 나섰다. 곤충(동애 등애)을 통한 최종재활용업 허가권을 확보한 것은 국내에서 뉴트리인더스트리가 최초다.

 

-기존 폐기물 처리 업자들은 왜 이런 솔루션을 내놓지 못했을까요?

 

“국내에선 원천 기술 확보가 힘든 상황이었어요. 국내 곤충학은 대부분 해충 방제 쪽으로 쏠려있거든요. 음식물 처리 쪽으로도 연구가 있긴 했지만, 사업으로 발전시키기엔 규모가 너무 작습니다.

 

그래서 외국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특허 현황부터 조사했는데, 텍사스A&M 대학교의 제프리 케이 톰벌린(Jeffery K. Tomberlin) 교수님이 관련 기술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더라고요. 다짜고짜 편지를 보냈더니 미국에 와서 미팅 한번 하자고 하셨고, 결국 기술이전 계약까지 따냈습니다. 그때 교수님이 소개해주신 박사님이 현재 저희 최고기술책임자(CTO)예요. 중국 국적 박사님인데, 중국은 고철이랑 음식물이랑 같이 처리될 정도로 처리 인프라가 낙후돼 있거든요. 그분 입장에서 저희 한국은 기술자로서의 꿈을 펼치기에 너무 좋은 시장이었던 거죠. 그렇게 2017년 말에,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산업적 규모의 원천 기술력을 확보해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의 상태가 매번 다를 텐데.. 곤충 먹이로서 적절한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여러 군데서 모이는 음식물 쓰레기로 곤충을 효율적으로 키워내려면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영양분이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온도는 몇 도인지, 특정 조건에서 곤충들의 폐사율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을 확인해 일정한 공정 효율이 나올 수 있도록 표준화해야죠. 저희는 이런 공정들이 자동으로 이뤄지게끔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투입된 음식물 쓰레기의 성분과 상태를 분석하고 적정량의 첨가물을 투입해 배합한 뒤 곤충에게 먹이는 과정 전부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거죠.”

 

-폐기물을 먹어치운 곤충은 어떻게 처리하죠?

 

“폐기물 처리 과정을 거치면 애벌레와 곤충의 분변토를 얻을 수 있어요. 저희는 사료용 곤충으로 널리 알려진 밀웜이나 굼벵이에 비해 습식 사료를 잘 먹어치우는 ‘동애 등에’를 쓰는데, 음식물 쓰레기 100㎏에 곤충을 적정 규모로 풀어놓으면 7일 뒤에 애벌레 20~25㎏과 분변토 25~30㎏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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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시장 가치가 높아요. 돼지 등 가축을 더 잘 키우기 위해 사료에 첨가하는 일종의 영양제를 만들 수 있거든요. 축산 시장을 분석해 보니 돼지, 소, 닭 등 종을 막론하고 사료가 원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더라고요. 이 사료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해 사료 첨가제를 많이들 사용하고요.”

 

홍 대표가 우선 주목한 것은 양돈 시장이다. 약 8조 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배합사료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기 때문. 홍 대표 설명에 따르면 뉴트리인더스트리가 생산한 사료첨가물은 돼지의 사육 기간을 7~10일 감축시킨다. 전체 사육 기간의 10%에 해당하는 기간인데, 이를 통해 사료 비용과 분뇨 처리 비용을 마리당 1만9000원가량 아낄 수 있다. 투자 비용이 2500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마리당 1만6450원의 원가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폐기물 처리 용역과 곤충 판매, 두 방향으로 수익을 내게 되는 거군요. 둘 중 어떤 사업의 매출이 더 큰가요?

 

“음식 폐기물 1t을 확보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계산하면, 폐기물 처리 수익과 곤충 판매 수익의 비중이 2대 8 정도 돼요. 주된 수익은 곤충 판매 쪽에서 나오는 셈이죠.

 

그렇다 보니, 기존 폐기물 처리 업체들과 충돌을 일으키지 않아도 됩니다. 허가권을 추가로 확보해서 기존 업체들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는 대신, 기존 업체들로부터 1차 파쇄 과정만 거친 폐기물을 받아다 시장에 없던 비즈니스를 하는 거죠.

 

-기존 업체들은 처리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뉴트리인더스트리는 곤충 판매 사업의 원재료를 싸게 확보하는 윈윈 구조라고 보면 될까요.

 

“맞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저희 고객들은 ESG 개선 효과까지 챙길 수 있을 거예요. 대기업 계열 식품 공장, 혹은 그 공장으로부터 폐기물을 받아 처리하는 저희 거래처들이 동시에 원하는 게 있습니다.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혹은 본인들이 다루는 폐기물을 환경에 피해 입히지 않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싶은 거죠. 밸류체인 마지막 단계에서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던 ESG 측면의 구멍을 저희가 메꿔드릴 수 있습니다.”

 

홍 대표는 곤충 기반 사료첨가물을 통해서도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료는 단순하게는 단백질, 지방, 기타 영양 성분으로 구성돼요. 그 중 단백질은 주로 옥수수, 대두, 생선으로 채우고 있는데, 문제는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겁니다. 수입해오는 과정에서 막대한 화석 연료를 때야 하고요.

 

특히 사료용 생선 단백질은 ‘어분’ 혹은 ‘피쉬 밀’이라고도 부르는데, 자연 상태의 물고기를 포획해 갈아서 만들어요. 근데 자원이 한정돼 있으니 지속가능하지 않고, 그래서 가격도 계속 오르는 추세입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사료 중 어분의 함량이 가장 높은 건 수산양식용 사료라는 점이에요. 생선들은 식물성 단백질을 소화하기 쉽지 않거든요. 즉, 생선을 키우기 위해 생선을 먹이고 있는 겁니다. 최근 네덜란드에선 어분이 아예 안 들어간 양식용 사료를 개발했어요. 저희라고 못 할 것 없다고 봐요.”

 

-음식물 쓰레기가 지속불가능하게 처리되고 있는 문제, 그리고 사료첨가제가 지속불가능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거군요. 준비는 얼마나 갖춰졌나요?

 

“매출이 일부 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파일럿 단계고요. 올해 8~9월 중, 하루 15t 규모의 음식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 모듈이 가동될 거예요. 충북 음성에 약 700평 공간에 구축되고 있어요. 15t짜리 모듈로 표준화된 공정을 증명하면, 그 모듈 그대로 곤충 사육실 방의 갯수를 확장해 나가면 되는 거죠. 그렇게 내년 중에 3000평 규모 공장에 75t 규모 모듈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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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리인더스트리는 지난해 말 프리-A 라운드 투자 유치를 통해 3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딥테크(기저기술)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 블루포인트파트너스와 임팩트 엑셀러레이터인 임팩트스퀘어, 롯데벤처스, 아이디벤처스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일단 투자해주신 자금을 열심히 집행하고 있어요. 올해는 15t짜리 모듈의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 내년 연 매출 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어 내년 초에는 추가로 투자 유치를 추진해 보려고 해요. 수산양식업이나 폐기물 처리 플랜트 쪽으로 진출하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를 찾고 있습니다.”

 

홍 대표는 음식물 쓰레기 시장도 언젠가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로 발전할 것으로 봤다. ESG 및 환경에 대한 소비자와 산업계의 관심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고, 결국 음식 폐기물도 처리의 최종 단계에서는 버려지는 게 하나도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그 시점이 왔을 때, 곤충을 활용한 처리 방식이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인정받도록 하겠다는 게 홍 대표의 목표다.

 

“음식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을 거예요. 미생물로 분해시킬 수도 있고, 에너지로 바꿔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희는 곤충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봅니다. 음식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속도가 미생물보다는 곤충이 훨씬 빠르거든요. 단순히 먹어치우는 걸 떠나,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고요. 그렇게 곤충을 통한 ‘바이오 컨버전’이 상식처럼 여겨지는 순간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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