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공사 추천 ‘업사이클링’ 여행지
폐광산 신비로운 여행지 충주 활옥동굴
서울 선유도 폐정수장 생태공원 탈바꿈
마포구 옛 석유비축기지→문화비축기지
폐광지 예술향 솔솔 정선 삼탄아트마인
폐기됐어야 할 것들이 자연과의 조화 속에 예술적으로 탄생하면서 반전매력을 선사한다. 이같은 도시재생 여행지는 MZ세대의 ‘뉴트로’ 트렌드 속에 뜨고 있다. 도시와 자연, 예술을 업사이클링 여행지가 모두 품었다.
충북 충주시 활옥동굴은 폐광산을 신비로운 동굴 여행지로, 서울 선유도공원은 폐정수장을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마포구 문화비축기지는 옛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예술로 채운 생태문화공원으로 변신했다. ‘태양의 후예’ 촬영지 강원 정선 삼탄아트마인에선 닫힌 탄광에서 피어나는 예술의 향기를 느끼는 곳이다.
한국관광공사는 12월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다시 태어난 여행지(업사이클링 여행지)’를 테마로 잡았다.
▶폐광에서 신비의 동굴로=충주 활옥동굴은 충주시 목벌안길 충주호변에 있다. 1900년 발견되고 일제강점기에 개발을 시작한 국내 유일의 백옥·활석·백운석 광산이다. 한때 8000여 명이 일하던 이곳은 값싼 중국산 활석이 수입되면서 폐광했다. 방치된 활옥동굴이 지난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갱도 2.5㎞ 구간에 각종 빛 조형물을 설치하고, 공연장과 건강테라피존 등을 마련했다. 동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암반수가 고여 생긴 호수다. 동굴 안에 호수가 있다는 것도 신비로운데, 2~3인용 투명 카약을 타고 유람할 수 있다니 놀랍다.
조선 시대 충주읍성에 있던 충주목 관아터엔 청년 몰 ‘소소한시장’과 카페, 맛집 등이 들어섰다. 달천 변 수주팔봉은 조선 철종이 아름다움에 반해 발 담그고 놀았다는 곳. 암벽 사이로 아찔한 출렁다리가 놓였다. 청녕헌과 제금당 등 관아건물에서 역사문화도 호흡한다.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전화위복한 폐정수장=서울 양화대교 옆 선유도공원은 폐정수장이었다가 2002년 친환경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정수지의 콘크리트 상판 지붕을 들어내고 기둥만 남긴 ‘녹색 기둥의 정원’과 옛 침전지의 구조물이 가장 온전하게 남은 ‘시간의 정원’은 선유도공원의 인기 포토 존이다. 정수장의 농축조와 조정조를 재활용한 ‘환경 교실’ ‘환경 놀이마당’, 취수 펌프장을 리모델링한 카페 ‘나루’는 시민에게 소중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선유도 남쪽과 양화한강공원을 잇는 아치형 선유교는 밤이면 알록달록한 조명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석유 담은 곳에 문화를 담다=붉은 악마의 함성이 여전히 들리는 듯한 월드컵경기장 옆 마포구 문화비축기지는 경기장 서쪽 매봉산 자락에 있다. 이 거대 산업 시설은 한일월드컵 준비 과정에 폐쇄됐다. 1976~1978년에 건설된 마포석유비축기지는 폐쇄 후 버려진 상태로 있다가, 2017년 ‘문화비축기지’로 새롭게 태어났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심 속 생태 문화 공원이다.
석유를 저장하던 탱크 시설(T1∼T5)은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았고, 탱크 원형이 그대로 남은 T3를 비롯해 마포석유비축기지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T1과 T2를 해체할 때 나온 철판으로 만든 T6는 카페와 강의실, 회의실, 생태 도서관 ‘에코라운지’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다. 문화비축기지 실내 공간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야외 공원은 상시 개방한다.
▶곤드레향 폐광지의 예술향, 송중기도 오버랩=정선 고한의 삼탄아트마인은 이제 송중기 얼굴부터 떠오른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 중 하나다. 원래는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자리다. 1964년 문을 연 뒤 수십 년 동안 광부들의 피땀으로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정부의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2001년 결국 문을 닫는다.
12년간 방치되던 이곳은 2013년 150여 개국에서 수집한 예술품 10만여 점을 갖춘 복합 문화 예술 단지 ‘삼탄아트마인(samtan art mine)’으로 다시 태어났다. 종전 산업 시설은 그대로 살리면서 예술의 향기를 입힌 독특한 디자인 콘셉트로 그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을 받았고,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들었다.
정선 화암동굴(천연기념물)은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금광과 천연 동굴이 어우러진 곳이다. 정선 가서 곤드레밥 안 먹고 오면 “뭐 했냐?” 소릴 듣는다.
▶음식물 처리장은 세대공감창의놀이터로=울산 북구의 세대공감창의놀이터는 주민 혐오 시설이던 음식물 처리장이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울산 북구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꿨다.
학생들이 집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청소년 건축학교’, 지구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생존 기술을 습득하는 ‘지구별 생존기’, 부자(父子)가 더욱 가까워지는 ‘아빠와 함께하는 1박 2일 놀이캠프’ 등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다.
정자항은 울산 북구의 대표적 항구로 남쪽 방파제에 자리한 귀신고래등대가 명물이다. 강동화암주상절리(울산기념물)는 동해안에서 가장 오래된 주상절리인데, 누워있어 이채롭다.
▶“응답하라, 여기는 벙커, 빛의 벙커다, 오버”=입구에 보초의 망루가 서 있는 제주 서귀포 빛의벙커는 한동안 군사 통신시설이었다가 1990년 해저 광케이블 관리 센터로 기능했다. 그러나 3년전 클래식 명화가 세계 최강의 미디어기술을 통해 춤을 추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공간으로 변신했다.
가로 100m, 세로 50m, 높이 10m 단층 건물 위에 흙을 덮고 나무를 심어 마치 산의 일부처럼 보인다. 2012년 민간에 불하되고, 2015년 제주커피박물관 바움이 옛 사무실과 숙소동에 들어선데 이어 2018년 빛의벙커가 센터에 개관했다. 빛의벙커는 개관 기념 전시로 그해 ‘구스타프 클림트―색채의 향연’과 2019년 ‘빈센트 반 고흐―별이 빛나는 밤’을 열었고, 현재는 르누아르와 모네, 샤갈, 클레 등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전시한다. 고전의 새로운 해석이다.
광치기해변은 빛의벙커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이다. 이끼 낀 빌레(너럭바위)와 성산일출봉이 장관이다. 바다에 나간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족이 오지 않으면 이곳에 마중 왔다. 풍랑에 당했어도 물이 휘감아 돌고 도는 곳이라 만날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절경을 품고 있는 광치기해변은 이런 사연때문에 더 감성적인 곳인지도 모르겠다.
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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