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50년 탄소 중립’ 시나리오 확정
농축수산 분야도 포함
고기 섭취와 음식물쓰레기 감소 등 식단 변화도 필요
온실가스 배출량 높은 ‘G20’ 변화 시급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자 매우 어려운 길이지만 담대하게 도전해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지난 18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 中)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지난 18일 ‘2050년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최종 확정했다. ‘2050 탄소중립’이란 오는 2050년까지 국내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파리협정(2015년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채택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의거한 장기 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탄소 감축하면 흔히 석탄 화력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떠올려진다. 하지만 이번 탄소중립 시나리오에는 농축수산 분야도 포함돼 있다. 음식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 문제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는 이번 시나리오에서 식물성 대체육이나 배양육, 곤충 원료 등 대체가공식품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 확대를 통해 식단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육류 섭취를 지금보다 줄이자는 뜻이다.
국내 식품업체들이 ‘2050 탄소중립’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7월 식품안전정보원은 유럽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책임있는 식품사업 및 마케팅 실천을 위한 EU 행동 강령’을 소개한 바 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식품업체에 “영양균형이 잡히고 지속가능한 식단의 제공”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제시한 주요 내용은 ▷소비자·생산자·기후·환경을 위한 푸드체인 구축 ▷연구개발·자문 전환 지원 ▷지속가능한 식품시스템의 글로벌 전환 촉진 등이다.
정부 정책과 식품업체의 노력 뿐 아니라 소비자 식단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이 식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종합계획으로 내세운 것은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Fork)전략’이다. 이는 농산물 생산부터 포장과 수송, 그리고 소비자의 식습관, 음식물쓰레기 감축 등 생산과 소비에 대한 모든 과정이 포함돼 있다. 밥상에 올려진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버리기까지 탄소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와 돼지고기 등 축산업과 낙농업에서 생산되는 식품들은 탄소 배출의 주요인으로 지목된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2005년 기준으로,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이 7.6Gt CO2e(기가톤, 이산화탄소 환산 수치)이지만, 현재처럼 육류 섭취를 전 세계가 계속 늘릴 경우에는 오는 2050년 11.4Gt CO2e에 달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러한 저탄소 식단은 특히 주요 20개국(G20)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G20 국가는 전 세계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르웨이 비영리단체 잇(EAT)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식습관’ 보고서(2020)에 따르면 G20 국가를 중심으로 식습관과 건강, 기후변화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미국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의 경우 채소나 곡물 및 견과류의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유제품이나 소고기에 많이 의존하는 식습관을 보였다.
보고서는 G20국가와 같은 식습관을 유지한다면 현재보다 1개~7.42개의 지구가 더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의 설정은 신기후체제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섭씨 1.5도 이하)대로 범위가 정해졌다. 한국 역시 육류 섭취가 급증하면서 현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버틸수 있는 지구 용량을 초과해 2.3개의 지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