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 플라스틱 썩는 기간 단축에 사활
50~100년 걸려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적
SK·LG·코오롱, 빨리 썩는 플라스틱 개발
삼양사·휴비스, 옥수수 등 식물 소재 활용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플라스틱 쓰레기를 땅에 묻으면 썩는 데 보통 50~80년, 길게는 10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는 이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싸움이 한창이다.
비닐봉투나 포장재, 일회용 용기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은 썩는 데 오래 걸리다보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화학사들은 최근 환경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대응해 최대한 빨리 썩는 플라스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종합화학은 지난해 공동 연구에 나선 결과 땅에 묻으면 6개월 내에 자연분해되는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PBAT(폴리부틸렌아디페이트-코-테레프탈레이트)를 개발했다.
PBAT는 농업용 비닐, 일회용 봉투, 어망 등의 플라스틱 제품에 쓰인다. 산소나 열, 빛과 효소 반응으로 빠르게 분해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SK종합화학에서 원료를 공급받아 오는 2023년까지 연간 5만t(톤) 이상의 PBAT를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부를 떼어낸 LG화학도 올해 친환경 소재를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삼고 PBAT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PBAT 생산라인 구축에 나섰다. PBAT 제품 출시를 앞당기기 위해 지난 10일 국내 화학섬유 소재기업 티케이케미칼과 손잡는 등 외부 기업과 전방위적인 협업을 진행 중이다.
미국 곡물 가공기업인 ADM(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와는 옥수수를 원료로 한 플라스틱 PLA(폴리 락타이드) 공장을 합작해 짓기로 했다. PLA는 옥수수에서 추출한 포도당을 발효·정제해 가공한 젖산으로 만들어진다. 주로 식품포장 용기, 식기류 등에 사용되며 수개월 내 자연 분해되는 것이 장점이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미국 현지에 연산 7만5000t 규모의 합작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삼양사 역시 옥수수 전분을 가공해 만든 소재로 땅에서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식물 자원을 소재로 만든 만큼 석유 기반 플라스틱보다 탄소 배출이 적고, 땅에서 분해되는 속도도 빠른 것이 특징이다.
휴비스는 빨리 썩는 친환경 현수막 생산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현수막은 소각하거나 땅에 매립하는 방식으로 폐기돼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휴비스는 옥수수나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만든 소재에 폴리에스터를 결합한 섬유로 생분해 현수막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섬유는 땅에 묻으면 3년 안에 썩어 현수막 폐기물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