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기획
기사
버려진 페트병이 '노스페이스 바람막이'로 환생[쓰레기의 역습②]
2021.09.21

투명 폐페트병 조각에서 실 뽑아 옷 만들어
효성·휴비스·태광산업 등 친환경 섬유 생산
노스페이스·커버낫 등 인기 의류업체 공급
지자체, 프로야구단 등과 투명 페트병 수거

캡처.JPG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버려진 투명 페트병이 요즘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섬유·화학업계에선 친환경 패션의 원료가 되는 투명 페트병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친환경 패션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투명 페트병을 깨끗이 세척해 잘게 잘라 조각으로 만든다. 이 플라스틱 조각들을 폴리에스터칩으로 가공해 원사(실)를 뽑아낸다. 이렇게 생산한 원사는 각종 의류와 신발 등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때 색이 있거나 음식물 같은 이물질로 오염된 페트병은 원사 생산과정에서 끊어지거나 염색이 균일하게 되지 않아 의류용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작년 12월에서야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의무화된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질 좋은 투명 페트병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원사업체들은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투명 페트병 쓰레기를 수입해오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최근 효성티앤씨와 휴비스, 태광산업 등은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투명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캡처.JPG

 

효성티앤씨는 현재 서울 금천구, 영등포구, 강남구, 제주도 등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 섬유 '리젠서울', 리젠제주'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의류업체 노스페이스, 내셔널지오그래픽, 커버낫 등에 공급하고 있다.

 

노스페이스 등은 효성티앤씨의 친환경 섬유로 제작한 바람막이 자켓, 맨투맨 티셔츠, 후드티 등을 선보였다.

 

이와 별도로 효성티앤씨는 올 2월 친환경 의류 브랜드 ‘G3H10(지쓰리에이치텐)’을 직접 론칭하며 섬유 공급업을 넘어 의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캡처.JPG

SK케미칼과 삼양사의 합작사인 휴비스는 올 4월 전북 전주공장에 설비를 구축하고 페트병 재활용 원사 생산에 나섰다. 자체 개발한 미세 이물질 제거 시스템과 최적의 점도 유지 시스템을 갖춰 오염된 페트병에서도 고품질의 재활용 원사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휴비스의 재활용 원사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한국국가대표팀 유니폼과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 유니폼(현 SSG랜더스)에 적용되기도 했다.

 

휴비스는 전라북도 지역의 투명 페트병 재활용 촉진을 위해 지난 3월부터 전주, 군산, 익산 등에서 분리수거 기반 구축에도 협력하고 있다.

 

태광산업과 대한화섬도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친환경 섬유를 생산해 자사 흥국생명 여자배구단 유니폼에 적용했다. 올 6월에는 프로야구단 SSG랜더스와 손잡고 야구장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제작해 유니폼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에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정 등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이 급증하면서 재활용은 필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섬유업계는 재활용 폐페트병을 원료로 사용하면 기존 플라스틱 대비 탄소배출량이 약 40% 감소하는 만큼 자원선순환은 물론 탄소배출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oze@heraldcorp.com

 

SHARE
이전글
코로나가 불러온 ‘친환경 경제’ 대전환
다음글
전기차 폐차하면 배터리는 어디로? 벌써 ‘귀한 몸’[쓰레기의 역습①]
LIST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