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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폐차하면 배터리는 어디로? 벌써 ‘귀한 몸’[쓰레기의 역습①]
2021.09.21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29년 1.8t 달할 전망
세계 최대 전기차 나라 中 이미 큰 고민거리
폐배터리서 희귀광물 캐는 사업 새 먹거리로
LG·SK·포스코·에코프로, 재활용 사업 진출
현대차, ESS로 재사용해 전력 신사업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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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세계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굴러다니는 중국은 벌써부터 다 쓰고 난 폐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 지 고민에 빠져 있다.

 

중국은 지난 2009년 10개 도시를 지정해 각 도시마다 매년 전기차 1000대를 보급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10여 년이 지나 당시 생산된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점차 다하면서 폐배터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폐배터리를 회수해 재사용·재활용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확실한 체계가 구축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SK증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규모는 약 104t으로 예상된다. 2029년에는 이보다 100배 넘게 늘어난 1만8700t에 달할 전망이다.

 

폐배터리에는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 값비싼 광물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를 단순 폐기물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폐배터리에서 각종 '알짜 광물'을 뽑아내는 사업에 주목하고 새 수익원 발굴을 위한 투자에 팔을 겉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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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배터리 사업부를 별도 법인으로 떼어낸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기로 하며 그 중 하나로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와 재활용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으며 리튬을 고순도의 수산화리튬으로 회수하는 자체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오는 2025년 국내외에 연간 30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를 재활용할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와 충북 오창공장에서 나온 폐배터리를 국내 에코비엠그룹의 배터리 재활용 자회사 에코프로시엔지에 공급해 재활용하기로 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 GM과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를 통해서도 북미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Li-Cycle)'과 폐배터리 재활용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그룹은 올 2월 폴란드에 배터리 리사이클 법인을 세웠다. 이 법인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나오는 배터리 스크랩을 수거해 블랙파우더(검은 분말)로 가공하는 사업을 맡았다. 블랙파우더를 전남 광양으로 들여와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할 예정이다. 이를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에 직공급하면 가공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방식을 택했다면 현대차그룹은 폐배터리의 용도만 바꿔 다시 쓰는 '재사용'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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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사례가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다. ESS는 전력을 상시 저장해뒀다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어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큰 태양광·풍력 에너지의 보완재로 꼽힌다. 업계에선 배터리를 ESS로 재사용할 경우 잔존 용량이 50%로 떨어질 때까지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1월 OCI의 충남 공주 태양광발전소에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한 ESS를 설치하며 실증 연구에 나섰다. 내년 9월에는 미국 텍사스주에도 같은 방식의 ESS를 설치해 OCI와 함께 북미 전력시장에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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