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선크림 바르고 바닷가에 풍덩~ 산호 다 죽는다?”
해양 생태계 파괴를 이유로 해변에서 특정 자외선 차단 성분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자외선 차단제에 들어있는 화학 성분 중 일부가 산호의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5일 BBC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모든 해양 국립공원에서 4가지 화학 물질이 든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했다. 옥시벤존, 옥티녹세이트, 4-메틸벤질리덴 캠퍼, 부틸파라벤 등이다. 위반 시 최대 10만 바트(약 340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해당 성분들이 태국 해변의 산호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남태평양 팔라우섬 또한 지난해부터 10개 금지 화학물질이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 판매 및 수입을 금지했다. 미국 하와이주에서는 2018년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에 함유된 선크림의 유통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돼, 올해부터 발효되고 있다. 당시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주지사는 “선크림 금지법은 기후 변화, 육지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인한 오염 등에서 산호초를 보호하고 복원력을 높이는 첫발을 내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성분은 옥시벤존과 옥시노세이트다. 자외선을 흡수해 무해한 열로 변환해 차단한다. 선크림이 얼굴에서 하얗게 뜨는 ‘백탁 현상’이 없어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자외선의 70% 이상이 해당 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성분이 포함된 자외선 차단제가 물 속에서 녹아 퍼지면서 ‘산호 백화(coral bleaching)’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되고 있다. 백화 현상은 산호의 죽음을 알리는 전 단계다. 산호의 세포 조직 내에 살고 있는 공생조류가 빠져나가면서 산호의 골격만 남고 하얗게 탈색되는 현상이다. 해수 온도의 급격한 상승, 다량의 이산화탄소로 인한 바닷물의 산성화 등도 백화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옥시벤존은 산호의 DNA 손상을 가져와 산호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안토니 영 교수는 자외선 차단제 성분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구조의 호르몬이 정상적인 번식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옥티노세이트는 산호 체내 바이러스를 활성화해 산호의 성장과 번식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