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18년 발생 대홍수 913건 분석해 DB 구축
도시 난개발로 홍수 위험 노출된 전 세계 인구 20~24% 증가
32개국 대규모 홍수 피해 상시 노출…25개국 추가 가능성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 현상 심화로 홍수 피해가 극심해지면서 지난 2000년 이후 대규모 홍수 위험에 노출된 인구 수가 이전 추정치의 10배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과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 ‘구글어스(Google Earth)’, 전 세계 각지의 대학 소속 과학자가 지난 2000~2018년 발생한 913건의 대규모 홍수 사건을 분석해 만들어낸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얻어낸 연구 결과를 담은 보고서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8년 대규모 홍수로 전 세계 총 2억5500만~2억9000만명의 사람이 직접적인 홍수 피해를 입었으며, 그 면적은 223만㎢에 달했다.
연구 대상 기간 중 발생한 대규모 홍수 사건의 약 90%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 몰려있었다.
연구진은 이들 지역에서 급격한 이촌향도(離村向都,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함) 현상이 발생하며 도시로의 인구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지역 난개발이 진행된 것이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위성 관측 결과,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총 5800만~8600만명의 인구가 홍수 피해가 극심했던 도시 지역으로 이주했으며, 이는 홍수 위험에 노출된 전 세계 인구수를 20~24%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위성사진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클라우드 투 스트리트(Cloud to Street)’의 공동 설립자 베스 텔먼은 “대규모 홍수 피해에 노출된 인구 수는 과거 연구에서 추정했던 수치의 10배에 이른다”며 “그동안 기후변화의 결과를 예측한 각종 모델들이 그렸던 미래의 모습 그대로 현실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글로벌 기후변화로 이미 전 세계 32개국이 대규모 홍수 피해에 상시 노출돼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획기적으로 감축되지 않는다면 추가로 25개국이 해당 목록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보고서에서는 태풍과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 열대성 폭풍에 의한 폭우, 빙하 용융에 따른 홍수 이외에도 댐 붕괴에 따른 홍수 발생 가능성도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 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후 현상이 그동안 효과를 발휘해온 치수 정책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텔먼은 “댐이나 제방과 같은 기반 시설이 갖춰지면 사람들은 안전하다 느끼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며 “문제는 치수 시설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대규모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필립 워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Vrije Universiteit Amsterdam)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사 결과는 전 세계 국가들이 정부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에 대비하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반드시 투입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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