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한계치 남은 시간 표시
헤럴드스퀘어에 ‘세계 세번째’
문대통령 “CO2 심각성 경고
실효성 있는 논의 진행되길...”
헤럴드가 10일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 숲에서 ‘H.eco포럼 2021’를 열고 ‘기후위기시계(Climate Clock)’ 설치를 공식 선언했다. 베를린, 뉴욕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다.
기후위기시계는 지구온난화 한계치까지 남은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로, 헤럴드는 지난달 8일 본사인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 옥상에 기후위기시계를 설치해 국내외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기후위기시계는 10일 현재 6년 205일을 가리키고 있다. 앞으로 365일 밤낮없이 작동하며 시민들에게 기후위기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맞닥뜨린 현재의 문제임을 알리게 된다.
이날 열린 H.eco 포럼의 주제 역시 ‘We Face the Climate Clock(기후위기 시계를 마주하다)’이다.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는 상징물로서 기후위기시계 설치를 선포함으로써 제1회 H.eco포럼의 의미를 더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후위기시계 설치에 축하의 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헤럴드가 본사 사옥에 기후위기시계를 설치해 이산화탄소 배출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기후위기 문제와 관련한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창협 헤럴드 대표는 “기후위기시계의 시간이 누군가에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경우 6년 남짓이면 지금과 같은 일상은 불가능해진다는 암울한 경고를 의미한다”면서 “헤럴드가 친환경 기업을 선포하고 환경포럼을 개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웨비나를 통해 H.eco 포럼에 참가한 일반 시민들도 기후위기시계 설치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닉네임 ‘mrbond’를 사용하는 참가자는 “지나는 길에 헤럴드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를 실제로 봤는데, 정말 위기감이 체감됐었다”고 밝혔다. 다른 참가자 ‘bboltosil’은 “이 사실을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전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댓글을 남겼다. H.eco포럼의 스태프로 참여한 장혜미(27) 씨도 “6년이라는 짧은 시간 뒤에 큰 위기가 닥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지금부터라도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기후위기시계는 미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예술가인 간 골란(Gan Golan)이 고안했다. 그는 지난 2018년 딸이 태어나고 정확히 일주일 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막지 못하면 기후 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보고서를 보고 충격에 빠진다. 기후재앙까지는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갓 태어난 그의 딸은 기후 재앙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그는 1.5도 상승하기까지 사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을 뜻하는 탄소예산(Carbon Budget)을 바탕으로 기후시계를 제작했다. 인류가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했을 때 남은 탄소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시계에 표시했다.
때문에 기후위기시계의 날짜는 계속 줄어들기만 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면 남은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겠지만 배출량을 줄이면 남은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 기후위기시계는 IPCC 자료에 근거한 탄소시계를 만든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의 정보를 반영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이 기후위기시계가 초대형으로 제작돼 영구 설치된 것은 2019년 독일 베를린, 2020년 미국 뉴욕에 이어 서울이 전 세계 세 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다.
골란도 헤럴드의 기후위기시계 설치에 찬사를 보냈다. 그는 헤럴드와 영상인터뷰에서 “언론사인 헤럴드의 기후위기시계 설치는 기후 문제를 대중의 대화 중심으로 옮겨왔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면서 “전 세계 다른 언론 매체들도 헤럴드의 이런 리더십을 따르길 바란다”고 감회를 밝혔다.
박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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