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시간에는 단 1초의 공백도 허용되지 않는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 경제성과 효율성이 관건인 에너지 시장에서 탄소중립을 앞당길 신재생 에너지의 입지는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덴마크의 국영 에너지 기업 오스테드는 판을 뒤집었다. 석유로 성장을 이어오다 선제적으로 체질전환을 선언, 해상 풍력 에너지 시장에서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오스테드의 포트폴리오에서 해상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84%다. 오스테드는 “에너지 체질전환은 리더십이 관건”이라며 “이해관계자가 모두 참여해 끊임없는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최선의 실천 방안”이라 조언했다.
오는 10일 서울 노들섬에서 열리는 제1회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에서 두번째 세션 ‘산업의 대전환’의 발표자로 나서는 마티야스 바우센바인 오스테드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기술적, 재정적인 도전은 본질적으로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라며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소통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의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에너지 사업을 벌였던 오스테드(구 동에너지)는 2008년과 2009년 석탄 기반 에너지의 한계를 절감하며 변화에 눈뜨기 시작했다. 석탄 기반 에너지는 해외 진출시에 현지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독일에서 1600MW 석탄 화력발전소를 건립하려 했지만 인허가 과정을 넘지 못했고, 마침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15)에서 재생 에너지가 의제로 선정되며 주목받았다.
전력 생산의 85%를 화석연료에 의존했던 동에너지는 이사회에서 2040년까지 85%를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신재생 에너지 중 해상풍력은 성장 가능성이 보이고, 대량생산을 위한 임계치가 예상되는 분야였다. 석유 기반 성장을 해왔던 오스테드의 해양 발전 역량과도 연계할 수 있었다.
오스테드의 선언은 향후 10년만에 달성됐지만, 당시는 불가능한 목표로 여겨졌다. 문제는 경제성이었다.
바우센바인 대표는 “해상 풍력 발전은 규모 부족 때문에 여전히 비쌌고, 발전단지 건설을 위한 인프라도 부족했다”며 “세계 최초의 해상 풍력 발전단지(VIindeby·빈데비)를 건설했을 때에는 유지보수 비용이 예상을 뛰어넘기도 했다”고 전했다.
회사 내외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말이 좋아 ‘체질개선’이지, 잘하던 사업을 ‘접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오스테드는 장기 과제에 대한 확신을 주고, ‘원 컴퍼니(one company)’ 전략으로 내부 결속을 높이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갔다. 바우센바인 대표는 “정부, 사회 등에서 주요 이해관계자를 모두 참여시켜 오스테드의 해상 풍력 목표를 공유했다”며 “2012년에는 해상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의 비용을 2020년까지 1MW당 100유로 이하로 내리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2016년에 네덜란드 경매에서 이미 달성했다(1MW 당 72.70유로)”고 설명했다.
해상 풍력 발전을 장기 과제로 끌고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파트너사에는 공급망 개발에 대한 유인을 제시했다. 대량구매를 통해 지멘스 등 파트너사와의 가격 협상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도 했다.
사내에서는 경영진부터 인사관리, 디지털 등 전 분야의 실무진이 참여하는 포럼을 만들어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함께 설정하고 연간 계획을 짰다.
바우센바인 대표는 혁신의 성공은 소통에 달렸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개발자와 정부, 지역 사회, 시스템 운영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충분히 소통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며 “오스테드도 만나서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 시장에서 최상의 결과를 냈다”고 말했다.
활발히 해외에 진출하고 있는 오스테드는 현지의 반대도 소통으로 풀었다. 그는 “녹색 에너지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구축돼야 한다”며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우리는 지역 이해 관계자를 참여시키고 지역사회와 협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해안도시 그림스비 항구에 설치된 세계 최대의 해상 풍력 운영 및 유지관리센터 ‘이스트 코스트 허브(East Coast Hub)’다. 개발단계부터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며 세운 센터는 지역 일자리를 8000여개 창출했다.
바우센바인 대표는 “해상 풍력은 한국에 최적화된 신재생 에너지”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풍력의 에너지 효율이 태양광보다 높고, 한국은 토지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상 풍력이 강력한 대안”이라 덧붙였다.
오스테드는 이미 1.6GW 규모의 해상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인천에서 진행중이다. 바우센바인 대표는 “인천 프로젝트는 부지 규모가 크기는 해도 수심이 얕아 개발 비용도 효율적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지 파트너와의 계약 등에 따라 2026년이나 2027년께 프로젝트가 위임될 것”이라 내다봤다.
인천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추진되면 국내 140만 가구에 해상 풍력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고, 연간 4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바우센바인은 “도로에서 자동차 190 만대를 감축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 강조했다. 오스테드는 현지화를 중시하는 기조에 따라 해상 풍력 인재 양성을 위해 인하대, 목포대와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2012년부터 삼강이나 씨에스윈드(CS wind), LS 전선, 포스코 스틸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오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 공급 업체와의 계약 체결액은 2조원에 이른다는게 오스테드의 설명이다.
바우센바인 대표는 탄소 중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해, 한국의 해상 풍력 규모가 대만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대만은 2025년까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고, 2026~2035년 사이에 15GW 규모의 해상 풍력 발전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바우센바인 대표는 “새로운 시장을 평가할 때 해상 풍력이 필요한 곳인지, 규제의 틀이 있는지, 자연 조건이 맞는지 등을 살핀다”며 “대만은 정부가 명확한 규제의 틀을 구현했고, 시장 견인을 위한 계획 단계가 뚜렷하다. 한국도 산업 기반이 탄탄하고, 정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대만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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