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종이 화장품 용기 제작
폐플라스틱 재사용해 만들기도
높은 단가·뚜껑 등 대체 불가 부분은 숙제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화장품을 종이 용기에 넣으면 쉽게 변질됩니다. 종이에 물이 닿으면 눅눅해지면서 기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종이에 나노 단위의 얇은 막을 입혔죠”
하루에도 몇 번씩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튜브. 매일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세정제를 담는 용기이다 보니 발생하는 쓰레기 양도 어마어마하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은 2년 간 연구 끝에 플라스틱 튜브를 대체할 만한 친환경 종이 용기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연구원 소속 정해원 연구원은 “대량 생산 시스템도 구축해 상반기부터 프리메라 일부 제품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뷰티업계도 플라스틱 퇴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미관상 문제나 제품 변질 가능성 등의 이유로 소극적이었지만,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뀐 만큼 업계가 적극적으로 친환경 용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한국콜마 ‘친환경 종이 용기’ 개발
19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최장 36개월간 보관이 가능한 친환경 종이 용기 기술을 확보했다. 종이 용기를 사용하면 기존 플라스틱 용기 대비 플라스틱을 70% 가량 줄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종이 용기는 플라스틱 용기보다 20% 가량 제작 단가가 높지만, 제품 가격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상품을 구성할 예정”이라며 “소비자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에 불편함을 느껴 장기적으로 종이 용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고 말했다.
뷰티 브랜드 아로마티카는 헤어 제품 용기를 재활용이 용이한 ‘투명 페트병(PCR·Post Consumer Recycled) ’으로 교체했다. 내용물 색깔이 보이는 투명 페트병은 유색 페트병보다 순도 높은 고페트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제품 라벨도 물에 잘 녹아 쉽게 분리되는 ‘수분리 라벨’을 적용하고, 제품 뒷면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리배출 방법을 픽토그램으로 표기했다. 아로마티카는 기존 제품 용기 역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콜마도 찢어서 버릴 수 있는 친환경 종이 용기를 개발했다.
높은 단가·대체 불가품은 해결 과제
하지만 플라스틱 제로(0)의 길은 아직 요원하다. 친환경 종이 용기의 경우, 발효 화장품과 같은 일부 제품에는 사용이 어렵다. 또한 용기에 포함된 뚜껑, 펌프까지는 대체하지 못해 추가로 제품 연구가 필요하다. 친환경 용기를 적용할 경우 제품 단가가 올라가는 것도 해결 과제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플라스틱 퇴출에 앞장서는 이유는 소비자 인식 변화 때문이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면서 관련 매출도 늘었기 때문이다. 애경산업이 종이로 포장해 판매하는 바디케어 브랜드 ‘샤워메이트’ 비누는 제로 웨이스트 열풍을 타고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4%나 성장했다.
올리브영은 친환경·비건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해당 부문을 연매출 1000억원대의 대형 카테고리로 키운다. 올리브영은 친환경 패키지를 적용하거나 비건 인증을 받은 화장품 브랜드를 선정해 클린뷰티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환경, 윤리적 소비 등의 가치가 새롭게 부상하면서 클린뷰티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