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고승희 기자] 한국인의 커피 소비량은 무려 세계 6위.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커피산업의 5가지 트렌드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20세 이상 인구의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약 353잔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라도 매일 커피 한 잔씩은 마시고 있는 셈이다. 매일의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물의 양을 생각해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를 만들기 위해 커피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수확하고, 커피콩을 볶아 적도를 넘어 유통하는 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고작 커피 한 잔 기준 130ℓ. 1㎏의 원두를 생산하려면 약 1만 8900ℓ의 물이 필요하다. 이를 식품의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고 한다.
‘물 발자국’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원료 채취부터 생산, 수송 및 유통, 사용, 폐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물이 소비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네덜란드의 아르옌 훅스트라(Arjen Hoekstra) 교수가 인구 증가와 생활 수준 향상으로 물의 소비와 오염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처음으로 도입한 개념이다.
물 발자국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것에서도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1㎏을 기준으로 닭고기의 물 발자국은 4335ℓ, 돼지고기는 5988ℓ, 염소는 5521ℓ, 양고기는 1만 412ℓ, 소고기는 1만 5415ℓ나 된다. 닭으로부터 얻은 달걀은 60g당 196ℓ, 소를 통해 얻은 치즈는 1㎏당 3178ℓ, 버터는 1㎏당 5553ℓ나 된다.
물 발자국 네트워크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5년의 전 세계 육계의 물 발자국은 연간 약 2500㎥으로 전 세계 동물 생산의 총 물 발자국의 1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소고기 생산의 총 물 발자국은 연간 약 800억㎥로, 전 세계 동물 생산의 총 물 발자국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가축 소비의 경우 방목을 통해 키운 가축은 양식장 등의 방법을 통해 길러진 가축 소비보다 물 사용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고기의 칼로리당 평균 물 발자국은 곡물보다 무려 20배나 더 컸다. 쌀의 경우 1㎏당 1670ℓ의 물이 필요하다. 가공된 형태의 쌀의 경우 물 발자국은 늘어난다. 기계를 통해 가공하고 포장해 배달하는 과정에서 물 사용이 더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공된 쌀의 물 발자국은 ㎏당 2497ℓ다. 감자의 경우 ㎏당 287ℓ의 물 발자국을 가진다.
천연 식품보다 가공 식품은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밀의 경우 kg당 1827리터의 물 발자국을 나타내지만 파스타는 1㎏당 1849ℓ의 물 발자국을 나타낸다. 1㎏의 밀은 약 790g의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물 발자국 네트워크에 따르면 파스타의 물 발자국은 밀의 생산지역과 기원에 따라서도 달리 나타난다. 이탈리아 밀로 만든 파스타는 ㎏당 1410ℓ, 프랑스 밀로 만든 파스타는 590ℓ의 물 발자국을 가진다. 1996년부터 2005년의 전 세계 밀 소비량은 전 세계 물 소비량의 10%를 차지했다.
밀로 만든 또 다른 식품인 빵은 1㎏당 1608ℓ의 물 발자국을 가진다. 1㎏의 밀가루는 약 1.15㎏의 빵을 만들 수 있다. 빵 역시 밀의 재배 지역에 따라 물 발자국이 달리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서유럽에서 재배한 밀의 물 발자국은 세계 평균보다 낮다. 프랑스식 밀(㎏당 517ℓ)로 구운 300g의 프렌치 바게트의 물 발자국은 155ℓ다. 독일에서 재배된 밀(㎏당 690ℓ)로 만든 60g의 카이저 브로첸은 약 40ℓ의 물 발자국을 가진다. 네덜란드 밀(㎏당 610ℓ)로 구운 750g의 네덜란드 빵은 460ℓ의 물 발자국을 가진다.
과일은 농장 동물보다 물 발자국이 작지만, 하나씩 따져보면 상당량의 물발자국을 가진다. 망고는 ㎏당 1800ℓ, 바나나는 790ℓ, 사과는 822ℓ를 가진다. 토마토는 214ℓ다. 옥수수는 1222ℓ, 상추는 237ℓ, 오이는 353ℓ다.
아르옌 훅스트라 교수는 물 발자국 개념을 도입하며 “인류의 전체 물 발자국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약 85%는 식량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라며 “사람들이 물 발자국을 줄이기로 마음 먹는다면 가정에서 물을 덜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슈퍼에서 어떤 농식품을 구입할지 검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