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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아, 어딨니”…봄 참외 나오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
2023.03.06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3월 초입이 되자 1화방(첫 꽃에서 나는 열매) 참외가 전국으로 출하되며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따스한 봄기운과 함께 농가에도 웃음이 가득하면 좋으련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고 합니다.

 

꿀벌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수박, 딸기 등 꽃이 열매로 변하는 작물은 ‘착과(着果)’를 위해 수정이 필요합니다. 1화방은 인공 수정으로 이뤄지지만 2화방은 80~90%가 꿀벌 수정으로 이뤄졌던 게 일반적입니다. 꽃 하나마다 열매가 2~3개씩 피는 1화방과 달리 2화방부터는 꽃들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농작물의 70~80%의 수정은 꿀벌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때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줘 수정을 잘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이 하는 인공 수분에는 한계가 있고 성공률도 떨어지기 때문이죠.

 

봄 참외 출하 시작…2화방 앞두고 꿀벌 없어 농가 고심↑

 

4일 헤럴드경제가 취재 결과, 경북 성주·칠곡 같은 참외 주 생산지에서는 1화방 수확과 동시에 ‘꿀벌 고민’이 한창입니다. 다행히 지난해에 꿀벌을 구입한 농부들은 한숨 돌리지만 많게는 2배 가까이 오른 가격에 마음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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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에서 농사를 짓는 백영철(한국농업경영인성주군연합회장) 씨는 지난해 15만원에 선계약한 벌통의 시세가 올라 22만원에 구입했습니다. 지금은 27만~28만원을 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구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백씨는 “못 구한 분들은 어쩔 수 없이 인력으로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벌을 빌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고 2화방 수정을 앞두고 농부들이 고심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12만원하던 벌통값…30만원 넘어 “부르는 게 값”


농민들 사이에서 벌통값은 이미 ‘부르는 게 값’이 됐습니다. 성주에서 참외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부는 지난해 12만원에 샀던 꿀벌 25통을 올해 각 30만원에 샀습니다. 지난해보다 2배가 넘는 가격에, 450만원 이상 더 들어갔습니다. 이 농부는 “벌이 없으면 인공 수정이라고 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으니 하우스 앞에 구멍을 뚫어서 벌을 훔쳐 간다는 얘기도 있다는 소문까지 돈다”며 염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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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탓에 딸기, 수박 등 다른 벌 사용이 가능한 농가에서는 수입벌을 구해 놓은 농민도 있습니다. 경남 통영에서 딸기 농장을 하는 50대 농부 김모씨는 “한 통에 12만원 하던 게 이제는 30만원 부르는 곳도 있다”면서 “꿀벌이 수명을 다하고 죽을 수 있어 수입벌인 나투벌도 구해 뒀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참외·수박은 꿀벌이 있어야 하는 작물이라고 합니다.

 

벌 부족으로 참외꽃이 수정이 더디면 수확량부터 줄어집니다. 수확량이 적어진 데다 벌값이 올라간 영향까지 더해져 가격 상승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한 대형마트 과일 전문 MD는 “벌통 임대료가 올라갔기 때문에 참외 수확량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이 생산비 상승 분이 가격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꿀벌 대량 실종…“응애·기후변화·월동기 폐사 등 원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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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실종은 사실 올해만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80억마리가 사라졌다(추정치)는 꿀벌은 어디로 갔을까요. 농림축산식품부는 그동안 장기간 방제제인 플루발리네이트가 사용되며 내성을 가진 응애(꿀벌 해충), 기후 변화, 월동기 폐사를 원인으로 지적합니다. 학계에서는 잦아진 기상 변화로 꿀벌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립니다.

 

꿀벌의 부족은 과일의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한국양봉학회장)은 “인공 수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화분 매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생산물량과 품질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참외 생산의 경우 꿀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동안 꿀벌의 가치가 저평가돼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정부도 심각성을 느끼고 있습니다. 꿀벌 실종으로 과일 생산이 어려워지면, 과일값은 더욱 오르고 이는 농가와 소비자 모두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6일과 17일 농촌진흥청, 지자체, 생산자 단체 등이 참석한 화분매개용 꿀벌 수급점검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인공 수분 등 대체기술 활용과 화분매개벌 중계를 통해 꿀벌 부족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당장 꿀벌을 구하지 못한 곳은 사람을 통한 인공 수정으로 2화방 시기를 지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 관계자는 “꿀벌 의존도가 높은 칠곡의 경우 100통이 필요하면 30통은 못 구했다는 분들도 있다”면서 “벌 자체가 귀하다 보니 사람을 고용해서 2화방 인공 수정을 한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농식품부는 “1~3월까지 화분매개가 필요한 딸기, 수박, 참외 등 벌통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벌통 공급농가 피해 시 다른 농가 벌통으로 대체 공급하고 인공 수분을 활용하묜 대응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부, 인공 수분 등으로 대처…방안 마련 나서

 

농가에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드론 등을 활용해 인공 수분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참외 농가가 많은 성주군의 경우 올해 3월 외국인 계절근로자 625명을 배정받았습니다. 이들은 300여 개의 참외농가에 배치돼 일손을 도울 예정입니다.

 

꿀벌 부족한 이 시기를 잘 넘어갈 수 있을까요. 아직은 안심할 수 없겠습니다. 앞으로도 이 문제는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죠. 지난 3일 농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 등 5개 부처가 참여해 꿀벌 보호를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꿀벌의 빈자리를 사람이 무사히 채울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hope@heraldcorp.com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30303000700&ACE_SEAR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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