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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매출 100억 ‘생분해 생리대’…친환경은 돈이 된다
2025.04.14

캡처.PNG

 

“생리대용 생분해 소재를 개발하는 시간만 1년. 연구비는 10억. 샘플만 350개를 만들고 아르바이트하면서 번 돈까지 다 털었어요. 그렇게 터널 같은 시간을 거쳐 작년 매출 10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미세 플라스픽 없는 생리대를 개발한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는 지난 9일 대전 KAIST 류근철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에코가 머니? 친환경이 돈이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열린 헤럴드미디어그룹 주최 ‘헤럴드 에코페스타(H.eco Festa) 2025’ 두 번째 토론 세션에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토론에는 친환경 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성과를 낸 기업가들이 모여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청년들을 응원했다. 토론에는 김효이 대표를 비롯해 김세훈 어썸레이 CEO, 김정빈 수퍼빈 대표, 전건하 홀리데이버스 대표가 참여했으며 이순열 한국사회투자 대표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이너시아는 환경에 기여하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 하나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동기 4명이 뭉쳐 창립한 회사다. 입학 때까지만 해도 과학자를 꿈꿨던 김효이 대표는 졸업에 가까워질수록 취업 등 현실에 매몰되어가던 자신을 문득 발견했다. 그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가지고 어떻게 사회에 더 나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김효이 대표가 찾은 분야가 생리대였다. 그는 “생리대나 기저귀 등 흡수 패드에 들어가서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연간 230(톤)t이라고 하는데, 이걸 친환경으로 바꾸려는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수술용 지혈 소재성분인 셀룰로오스를 활용한 천연 흡수체, ‘라보셀’ 출시까지는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2021년 사업 첫 해 발생한 매출은 0원. 그러나 이듬해부터 시장이 반응하면서 2억5000만원, 지난해 105억원까지 매출이 뛰었다.

 

전 대표는 오랫동안 품어온 디자이너라는 꿈이 계기가 돼, 친환경 의류 산업에 진출했다. 서울의 한 공대에 진학해 IT 회사에 진학했지만, 결국 3년 만에 포기하고 다시 패션 업계를 찾았다. 그러나 어렵게 돌아온 패션 업계는 희망적이지만은 않았다. 전 대표는 “제가 바라봐온 패션이라는 세계는 화려한 이미지 이면에 패스트패션, 환경 오염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전 대표가 친환경 의류로 눈을 돌린 계기다. 그는 “옷을 만들면서, 내가 하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 많이 들었고, 어차피 할 거면 조금이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옷을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홀리데이버스는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만든 원사로 원단을 만들고, 그 원단으로 다시 옷을 만든다. 전 대표는 “몇 년이 지나도 버려질 수 없도록 튼튼한 옷을 만들어 ‘패스트패션’에 대항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는 KAIST 학생들을 향해, “여러분들도 과거의 저처럼 꿈, 현실, 미래 사이에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텐데 개인적인 경험에서부터 꿈을 붙잡아보라”고 조언했다.

 

도심에서 모이는 폐기물을 활용해 석유 대체 소재를 만드는 기업 수퍼빈은 KAIST에서 처음 창업했다. 수퍼빈은 시민들이 재활용 원료의 핵심인 폐기물을 모아서 사업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궁극적으로 고품질의 재활용 원료 시장을 조성했다. 즉 폐기물을 시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모으게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정빈 CEO는 “기후위기 대응 기술로 수익을 만들 수 있으려면, 기존의 문제를 바꿀 수 있어야 한다”며 “수퍼빈은 세계 최초로 개인이 폐기물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마켓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모은 폐기물은 자동화 공정을 거쳐 재활용 원료인 플레이크, 펠릿이 된다.

 

기존에 시장에서 주로 쓰이던 석유 기반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원료다. 이같은 성과로 수퍼빈은 에코테코 기업으로 주목 받으며 지난 10년간 시장에서 450억원가량의 투자를 유치했다.

 

차세대 친환경 소재 탄소나노튜브(CNT)를 개발하는 어썸레이 김세훈 대표는 이과생 출신으로, 기술 개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친환경 분야에 발을 들인 사례다. CNT는 철보다 100배 강하면서 구리보다 1000배 빠르게 전기가 흐르는 것이 특징이다. 어썸레이의 경우 이를 엑스레이 기기에 적용해, 아주 낮은 에너지로도 고해상도의 촬영을 하도록 만들었다.

 

엑스레이 소재로 시작한 어썸레이의 CNT는 전기차 분야로도 진출했다. 김세훈 대표는 “자동차 업계는 지금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며 “차체는 가벼워질대로 가벼워졌는데 배터리는 여전히 무거운 상황이다. 저희가 개발한 CNT를 구리와 합쳐 적용했더니 배터리 무게를 5분의1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전=박혜원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6/0002456839?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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