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그릇 가져가던 때가 좋았다”
특유의 철가방과 함께 다회용 그릇에 담겨오는 짜장면. 식사를 마친 뒤 빈 그릇을 집 앞에 내놓으면, 어느샌가 다시 와 그릇을 수거해가는 배달원.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했지만, 어느덧 생경해진 모습이다.
이제는 중국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을 경우, 갖가지 일회용 배달용기를 정리해 버려야 한다. 귀찮은 건 물론, 환경오염에 일조하는 듯한 죄책감도 든다.
특히 짜장면 그릇으로 자주 사용되는 ‘검정 플라스틱’ 용기.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은 색상 탓에, 품을 들여 분리배출 하더라도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도 나온 바 있다.
이러한 특성 탓에 해외에서는 규제 조치가 확대되는 상황. 국내에서도 보다 강한 사용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온라인쇼핑동향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음식서비스 온라인 거래액은 2025년 기준 41조원 수준. 이는 통계가 시작된 2017년(2조7326억원) 규모에서 약 1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이후, 배달 문화는 압도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2020년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가 배달·테이크아웃 용기 생산업체 21곳을 조사한 결과 연간 포장·배달용기 생산량은 11만957톤으로 집계됐다. 녹색연합 추산에 따르면 이렇게 생산된 용기의 개수는 약 21억개. 하루 약 585만개에 달하는 배달 용기가 쓰이는 셈이다.
2020년 이후에도 배달음식 시장이 2배 이상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매일 버려지는 배달용기의 양도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음식이 담긴 ‘검정 플라스틱’ 용기 또한 더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검정이 재활용 과정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
플라스틱도 재활용을 위해서는 재질에 따른 분류가 필요하다. 이에 다수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플라스틱에 빛을 비춰, 재질을 구분한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장비가 광학선별기. 재질별로 빛을 반사하고 흡수하는 특성이 달라, 빠르게 재질 분류가 가능하다.
그런데 검정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카본블랙’ 원료는 이같은 빛을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아, 재질 선별이 사실상 어렵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분류되지 않은 플라스틱의 경우 수작업을 통해 따로 수집해 분류해야 한다.
하지만 수작업이 전부 이뤄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수작업 과정에서는 많은 인력이 투입되기 때문. 굳이 저렴하게 팔리는 검정 플라스틱을 수집하기 위해 비용을 쓸 필요는 없다. 이에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민간 재활용 선별업체 관계자는 “자동화 분류를 거친 다음에 수작업으로 검정 플라스틱을 따로 분류하기는 한다”면서도 “따로 분류하면 재활용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상품성이 떨어지고 비교적 쓰임이 많지 않아 대부분 버려진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검정 플라스틱을 둘러싼 ‘유해물질’ 논란도 일어난 바 있다. 지난 2024년 미국 국제학술지 ‘케모스피어’에 검정 플라스틱 생활제품에서 난연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연구가 실려, 논란이 된 바 있다. 난연제는 텔레비전과 컴퓨터 외장재 등 전자제품이 불에 타지 않도록 첨가되는 성분.
당시 연구진은 폐전자제품에서 나온 플라스틱이 재활용 과정에서 충분히 분리되지 않은 채 주방도구나 식품용품 등의 원료로 섞여 들어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난연제에 따른 인체 위해성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검정 플라스틱에 대한 유해물질 검증 및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촉발했다.
이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검정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특히 중국집의 경우 짜장이나 고추기름 등 색이 묻어 나오는 음식이 많아, 얼룩이 잘 티나지 않는 검정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검정 플라스틱은 제작 과정에서도 비용이 적게 든다. 각종 혼합물이 섞여 있는 재활용 원료에 색소만 투입해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가격 또한 더 저렴하게 책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배달업계 입장에서는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에 검정 플라스틱 용기 생산 및 사용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각종 대안도 제시된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검정 플라스틱 재질도 구분할 수 있는 재활용 선별 기술이다.
지난 2024년 유롭에서는 이미 검정 플라스틱의 재질을 구분할 수 있는 선별기가 개발됐다. 일부 국내 광학선별기 제조 업체 또한 지난해 8월 이같은 기술을 가진 선별기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전국 선별장에 새로운 선별기가 보급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카본블랙’ 원료를 바꾸는 것이 있다. 카본블랙 대신 근적외선을 반사하는 특수 안료를 쓰면 사람 눈에는 검정으로 보이면서도 광학선별기가 재질을 판독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실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이다. 영국 순환경제 지원기관 WRAP은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회사, 포장재 제조사 등과 함께 기존 카본블랙 포장재를 투명·무색 용기나 빛으로 감지될 수 있는 검정 소재로 바꾸도록 유도했다. 테스코 등 주요 유통업체도 전환에 참여하며, 비감지형 검정·유색 포장재가 99%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은 이를 법적 기준으로 강화하고 있다. 2025년 발효된 포장·포장폐기물규정(PPWR)은 2030년부터 EU 시장에 출시되는 포장재가 재활용을 고려해 설계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실제 재활용 재질이 선별과 재활용을 방해하는지 평가하겠다는 것. 이에 기존 검정 플라스틱 또한 시장에 남기 어려운 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대안이 부족한 상황이다. 심지어 국내 소비자가 용기를 보고 제대로 재활용이 되는 재질인지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 바닥에 PP나 PET 등 재질이 표시돼 있을 뿐, 카본블랙이 포함됐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배달용기를 선택하는 점주들도 마찬가지다.
이에 검정 플라스틱 용기 유통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수열 자연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검정 플라스틱은 선별도 어려운 데다, 재활용 원료로서도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별도 비용이 소요되는 대안을 따로 마련하는 것보다는 제작 및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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