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전국 품절 돼 아쉬웠는데, 100만원 짜리 코트 30만원에 득템했어요!”
눈독 들이던 옷의 사이즈나 색깔이 빠져 아쉬웠다면, 가득 찬 옷장에 막상 입을 옷이 없어 고민이라면, 계절 바뀔 때마다 비싼 돈 주고 새옷 사기 아쉽다면. 대안이 있다. 중고 옷이지만 새옷처럼 믿고 살 수 있다면 말이다.
품질과 가격 등으로 잘 분류된 중고 옷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고, 반대로 중고 옷을 쉽게 팔 수도 있다. 어렵게 동네를 바꿔가며 당근마켓을 헤맬 필요가 없다.
전용 중고 거래 웹 서비스인 ‘OLO 릴레이마켓’은 스타트업 ‘마들렌메모리’가 운영하고 있다.
작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OLO릴레이마켓에서 약 7개월 간 사들인 중고 의류는 약 5000벌, 되판 의류는 3000벌 가량이다. 통상 중고 의류는 출고가의 20~25% 선에서 가격이 책정된다.
팔리는 건 순식간이다. 유재원 마들렌메모리 대표는 “출시 당시 엄청 유행했던 옷이었다면 한 시간만에 팔려버리기도 해요. 딱 하나밖에 없는 옷이잖아요”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중고 의류 거래의 관건은 품질이라고 단언했다. 당근마켓의 개인 간 중고거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 방식(C2C)에서는 좋은 품질의 중고 의류를 보증하기 힘들다.
OLO 릴레이 마켓은 일정 수준 이상의 중고 의류만 취급한다. 함량 미달인 옷은 반품한다. 사들인 옷도 A+, A, B+ 세가지 단계로 분류한다. 꼼꼼한 검수와 세탁, 보관도 필수다.
현재 OLO 릴레이 마켓은 국내 패션브랜드 중에서 코오롱FnC와 협력하고 있다. 점차 협력 브랜드를 넓혀가려 한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이미 세계적으론 널리 퍼진 방식이다. 새 옷을 만드는 패션 브랜드들까지 자사의 중고 옷 거래에 관심이 많다. 친환경 대표 브랜드 파타고니아, 전통의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 패스트패션 자라, 명품 구찌 등이다.
이유는 친환경이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는 패션 산업에서 비롯된다. 항공업, 해운업보다도 많다. 석유화학 산업을 제외하면 가장 심할 정도다.
이 같은 친환경 바람에, 합리적 가격으로 의류 구매를 원하는 수요에 맞춰 이를 사업화한 업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른바 RaaS(Resale as a Service) 모델이다. 각 브랜드별로 중고 의류를 구입해 검수, 분류, 세탁, 보관 등을 거쳐 다시 파는 모델을 사업화한 기업들이 생겼다.
그리고 이 같은 사업모델은 어제오늘 생긴 게 아니다. 대표적인 회사가 파타고니아, 리바이스 등과 협업하는 미국 스타트업 트로브(Trove)다.
트로브는 중고 옷을 사들이면서 협력 브랜드 내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값을 제공한다. 즉, 소비자는 파타고니아 중고 옷을 팔고 파타고니아 새 옷을 구매할 수 있는 포인트를 얻는 것. 그러면 파타고니아 등 입장에서도 중고 옷 유통으로 또 새옷을 구매할 소비자가 생긴다.
업계에선 전 세계 패션 브랜드의 90% 가량이 이 같은 모델로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국내 OLO 릴레이 마켓도 이와 같은 모델이다. 이를 국내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유 대표는 “의류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 폐기되는 옷이 줄어들고, 사회·환경적 비용이 저감될 거라는 게 대전제다. 패션산업에서 비롯되는 환경오염 문제에 중고 의류 거래가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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