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한때 2마리 만원에도 팔았는데”
생선회 중 가장 만만하게 접할 수 있는 ‘광어’. 대량 양식이 이루어지며, 계절에 관계 없이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이른바 ‘국민 횟감’이다.
그러나 최근 광어의 가격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이후 도매가격 상승폭만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원인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양식장 ‘떼죽음’ 현상. 매년 기록적인 수준의 바닷물 온도 상승세가 이어지며, 양식장 폐사가 늘어난 결과다.
역대급 더위가 찾아온 올해도 마찬가지. 지난 일주일 간 폐사한 개체만 해도 10만마리를 넘어섰다.
문제는 올해 여름이 앞으로 남은 여름 중 가장 시원하다는 것. 광어를 포함한 전반적인 양식어류 가격 상승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지난 4일 내놓은 폭염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에서 고수온 피해로 신고된 양식어류는 36만707마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점(7만917마리)에 비해 5.1배 늘어난 수치다.
그중에서도 남해·제주 지역의 광어 피해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남도와 완도군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완도 10개 어가에서 광어 11만5800마리가 폐사했다. 제주도에서도 지난 30일까지 양식장 6곳에서 광어 등 3만3000여마리의 폐사 신고가 접수됐다.
이는 기록적 폭염과 함께 해수면 온도 상승세가 급격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광어의 일반적인 생육 적정수온은 18~24도다. 수온이 25도를 넘으면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사료 섭취량이 급격히 감소한다. 생존 한계 수온인 29도 안팎에 이르면 장기 기능 저하와 면역력 약화가 겹치면서 집단폐사 위험이 커진다.
그런데 최근 광어 양식장이 밀집한 남해·제주 수온은 30도에 육박하게 치솟았다. 실제 수온이 28도 이상인 상태가 사흘 이상 이어지거나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지는 고수온 경보 해역이 며칠 만에 급격히 확대됐다. 지난달 30일 6곳이었던 고수온 경보 해역은 이달 3일 17곳으로 늘었다.
양식어류 떼죽음 사태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 폭염 강도가 거세지며, 그 피해도 늘고 있다.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였던 지난 2024년 국내 양식업계는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당시 전국 양식수산물 피해액은 1430억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제주에서만 육상양식장 78곳에서 광어 약 221만5000마리가 폐사해 53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제주 양식장 62곳에서 광어 약 180만마리가 죽었다.
양식장 폐사는 단순히 농장의 피해만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급량 감소는 곧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실제 평균 기온 상승세가 두드러진 2020년대 이후 광어 가격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자료를 보면 광어의 연평균 도매가격은 2019년 ㎏당 1만1025원에서 지난해 1만8989원으로 7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체감 가격 상승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원가에 비례해 유통 단계 이윤이 붙으면, 여타 비용 또한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남은 여름 동안에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올해는 여름이 오기 전부터 바다가 유난히 뜨거웠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위성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우리나라 해역의 평균 표층수온은 17.17도로, 관련 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미래 전망은 더 어둡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정선해양조사 결과 1968년부터 2025년까지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총 1.60도, 연평균 0.0276도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상승 폭 0.76도의 두 배를 넘는다. 심지어 최근 10년간 국내 표층수온 상승 속도는 연평균 0.09도로, 1991년 이후 35년 평균의 세 배에 달했다.
아울러 폭염 피해는 해양생물에만 발생하는 게 아니다. 올여름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닭과 오리, 돼지 등을 합쳐 55만1215마리로 집계됐다. 양식어류와 가축이 동시에 피해를 입으면서 폭염이 밥상 물가를 밀어 올리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월평균 기온이 해당 월의 장기 평균(1973~2023년) 기온보다 1도 높은 상태가 1년간 이어지면, 농산물 가격은 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0.7%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0일 고수온 재난 예·경보를 ‘심각Ⅰ’ 단계로 높였다. 해수부와 지방정부는 양식어류의 조기 출하와 긴급방류를 독려하고 고수온 대응장비를 가동하는 한편, 현장점검을 확대해 사육밀도 조정과 사료 공급 중단 등 양식장 관리요령을 지도하고 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이날 고수온 비상대책본부 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고수온으로 인한 피해는 어업인의 생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밥상 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며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현장 중심으로 총력을 다해 피해를 막아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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