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페트병 라벨을 수직 방향으로 뜯어내고 싶지만 비닐 결을 따라 수평으로 뜯겨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집니다. 결국은 가위로 잘라내요”
콜라, 생수, 주스 등 식음료가 담긴 투명 페트병이 분리 배출 대상이 된 지 다음 달이면 3년을 맞는다. 지난해 말부터는 투명 페트병을 분리 배출을 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은 내용물을 헹구고 라벨을 떼어낸 뒤 찌그러뜨리기, 3단계로 이뤄진다. 이중 라벨 떼어내기가 여전히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환경연합과 대구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는 10월 16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확보한 167건의 페트병 라벨 분리 데이터를 발표했다.
라벨 분리는 ▷손으로 뗄 수 있고 한 번에 분리되는 경우 ▷손으로 뗄 수 있지만 한 번에 분리되지 않는 경우 ▷손으로 떼기 어려워 도구가 필요한 경우에 따라 각각 상·중·하로 점수를 매겼다.
167건 중 ‘상’을 받은 제품은 73건(44%), 중 78건(47%) 하 16건(9%)으로 집계됐다.
중으로 평가된 제품의 제조업체 중 롯데칠성음료가 15건(19%)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코카콜라 14개(18%), 웅진식품과 동원이 각각 7개(9%)씩 집계 됐다.
하로 평가된 제품의 제조업체도 코카콜라(7개·44%), 롯데칠성음료(5개·32%), 동아오츠카, 한국야쿠르트(1개) 등이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소비자들의 의견 중 분리배출을 손쉽게 하기 위해 라벨 자체가 없는 게 가장 좋다는 방향이 대다수였다.
이가람 씨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여전히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으니 라벨이 아예 없으면 좋겠다”는 추가 의견을 냈다.
정승은 씨는 “라벨 자체가 없는 게 분리배출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편하다”며 “큰 음료 제조업체들이 의식을 갖고 제품 생산을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애써 라벨을 분리해도 갈기갈기 찢어지거나 접착제 등이 남아 걱정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권지영 씨는 “자잘한 (라벨) 조각들이 나오는데 분리배출해도 소용 없을 것 같다”며 “이런 조각들을 새가 먹을까, 바람에 날려 바다에 들어가면 수생 생물들에게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민조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실제로 데이터를 모아보니 라벨 절취선이 있다고 분리하기 편하고 없다고 불편한 게 아니었다”며 “접착제가 얼마나 쓰였는지, 이중 라벨은 아닌지 등 따져봐야 할 요소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개그맨 장동민이 낸 ‘페트병 원터치 제거식 용기 포장지’ 아이디어. 라벨을 세로로 붙여 페트병 뚜껑을 돌리면 동시에 라벨지도 떨어져 재활용에 용이하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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