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매장 내 종이컵과 빨대 사용에 대한 제재 조치가 현재로서는 불가합니다”
일회용 종이컵에 커피를 담아준 카페를 구청에 신고했더니 되돌아온 답변이다. 환경부에서 최근 발표한 일회용품 규제 완화 방안에 따라 단속할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매장 내 종이컵 사용은 이달 24일부터 가능하다. 일선 기초 지방자치단체들이 완화된 안을 ‘선도입’하면서 벌써 일회용품 제재가 느슨해지기 시작한 셈이다.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유턴’으로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 봉투 사용을 줄이던 노력은 단번에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수년 전부터 금지됐던 플라스틱 컵, 나무젓가락 등에 이르는 일회용품 규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소재 A카페의 단골인 B씨. 지난 13일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했더니 일회용 종이컵에 담겨 나왔다. 지난 8월에는 이곳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받았다.
B씨는 매장 내에서 금지된 일회용품을 상습적으로 사용하는 A카페를 두 차례에 걸쳐 안전신문고를 통해 C구청에 신고했다.
불과 석달 사이 구청의 대응은 확연히 달라졌다. 구청은 지난 8월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빠른 시일 내 다회용 컵으로의 전환을 통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도록 지도 및 계도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달에는 “11월 24일부터 사용 제한 확대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 종이컵이 규제 대상 품목에서 제외됐다”며 “매장 내 종이컵과 빨대 사용에 대한 제재 조치가 현재로서는 불가하다”고 답했다.
이어 “환경보호 차원에서 다회용컵으로의 전환을 통해 일회용품을 줄여가도록 지도 및 계도했다”고도 덧붙였다.
이같은 구청의 설명과 달리 일회용 종이컵은 카페나 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에서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2021년 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따라 ▷일회용 종이컵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비닐 봉투는 2022년 11월 24일부터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올해 11월 24일은 규제 안착을 위한 주어졌던 1년 간의 계도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아직 계도 기간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구청이 완화된 안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제재에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 일회용품대책추진단 관계자는 “바뀌는 정책은 24일 이후에 적용된다. 일회용 종이컵은 아직 계도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일회용 종이컵이 “사용 제한 확대 시행 예정”이라는 답변 또한 제도 안착을 위해 뒀던 계도 기간의 취지가 무색하게 하는 해석이다. 규제 대상에서 아예 빠진 종이컵 외에 계도 기한이 무기한 연장된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 봉투도 사실상 허용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 후퇴 기조로 5년 넘게 유지돼 왔던 일회용품도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서는 규제가 완화된 지난 7일 전후로 일회용품 규제 문의가 급증했다.
이들은 ‘결국 일회용 플라스틱 컵만 빼고 다 되는 거냐’, ‘(규제가) 다 풀린 줄 알았다고 하고 그냥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쓰겠다’ 등의 의견을 주고 받았다. 더러 일회용품 규제가 완화됐다며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쓰게 해 달라는 손님을 맞았다는 사연도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과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일회용 접시 및 용기 등은 2018년 8월부터 매장 내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누적 적발 횟수에 따라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환경부 일회용품대책추진단 관계자는 “일선에서 혼란 인지 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공문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발송했고 순차적으로 대면 간담회를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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