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산사태와 홍수 등 충청과 경북 등 특정 지역에 강한 비가 집중된 원인 중 하나로 ‘대기의 강’이 지목되고 있다.
대기의 강(Atmosphere River)은 따뜻한 열대 지방에서 발생의 수증기가 강처럼 좁고 길게 유입되는 흐름을 가리킨다. 최근 두드러지는 기상 현상으로 미국 하와이부터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까지 이어지는 대기의 강이 대표적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수증기를 끊임없이 유입시키면서 전례 없는 폭우를 동반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올초 캘리포니아에서 약 3주 간 1년 평균이 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원인으로도 꼽힌다. 하나의 대기의 강은 지구 상에서 가장 큰 아마존 강보다 더 많은 양의 물을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충청과 남부지방에 북 등지에 집중적으로 퍼부은 비 역시 대기의 강과 비슷한 양상을 띄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6일 오후까지 경북 문경에는 485.5㎜, 충북 청주에는 474.0㎜의 비가 내렸다. 약 사흘 간 내린 비는 평년 장마철 강수량보다 각각 32.8%, 37.5% 많았다.
좁은 지역에 비가 집중되는 현상은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긴 띠 형태의 구름인 ‘선상(線狀) 강수대’가 형성된 영향이다. 여기에 열대 해역에서부터 한반도까지 강처럼 이어진 통로를 따라 수증기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면서 수일에 걸쳐 전례 없는 양의 비가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전북부터 경북까지 사선으로 형성된 비구름대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사나흘 간 지속돼 꽤 특이한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동아시아 쪽에는 큰 규모의 대기의 강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지난 주말 비구름대가) 워낙 강하게 들어와서 대기의 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상학자들은 최근 인명피해를 일으킨 집중호우에도 대기의 강과 비슷한 수증기의 유입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지하 주택 및 주차장 침수를 비롯해 2020년 장마철 섬진강 범람 등의 원인도 대기의 강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록적인 폭우는 앞으로 더 강하고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로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서 따뜻해진 공기가 더 많은 수증기를 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한 대기에서 단기간에 비구름이 형성되면서 언제 어디에 비가 내릴지 예측하기 더 어렵다는 특징도 있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집중적으로 내리는 비일수록 생애 주기가 짧아서 현대 과학으로 빨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주말 내린) 시간 당 30~60㎜의 비는 우리나라만 놓고 보면 기록적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폭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폭우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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