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 관리 기술 업체 ‘아트와’가 개발한 수륙양용 로봇이 작동하는 모습 [아트와 제공]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영화 ‘다크워터스(2019)’는 전 세계를 독성 물질 중독에 빠트린 미국 화학기업 듀폰의 실화를 다룬다. 듀폰은 ‘테프론’이라는 이름의 소재를 개발했는데, 테프론을 합성할 때 사용되는 화학 물질이 암, 태아기형 등을 일으킨다는 문제를 인지했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무단 유출했다.
결국 공장 주변의 주민들은 유출된 화학물질 때문에 중증 질병을 앓았고, 듀폰 직원 중에는 암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처럼 피해가 심각한데도 듀폰은 쉽게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듀폰과의 법정 다툼에서 주민들이 승리를 거머쥔 것은 공장 인근의 농부가 처음 문제를 제기한 1998년으로부터 20년이나 지나서였다.
만약, 누군가 하천에 독성 물질을 무단 방류했을 때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지하고 경고음을 울리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떤 하천의 수질이 언제, 무엇에 의해 변했는지 실시간으로 알아챌 수 있다면 오염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실제 저수지나 호수 등 수자원의 수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하는 이들이 있다. 설립 2년차 한국 스타트업 ‘아트와’가 그 주인공이다. 사람이 직접 물에 들어가지 않고도 전국 수자원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세상. 과연 가능한 일일지, 아트와를 설립한 강동우 대표를 직접 만나 들었다.
-아트와는 어떤 환경 문제에 주목하고 있나요?
“물 부족, 물 오염 등 물과 관련한 문제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수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이미 있는 수자원을 잘 지켜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현재 우리가 갖고 있는 수자원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적절하게 조치를 하는 거죠.
하지만 현재는 점검부터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국의 호수 및 저수지가 약 1만8000여개 있는데, 이 중 수질 데이터가 관리되는 건 1100개 정도밖에 안 됩니다. 고정형 센서를 설치하거나 사람이 직접 물에 들어가 샘플을 가져오는 식인데, 고정형 센서는 위치나 수위 문제 때문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모으기가 힘들고, 사람이 직접 채집하는 경우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어요.
특히, 직접 사람이 직접 나설 경우 안전 문제도 생깁니다. 실제 작년에는 수질 모니터링하시는 연구원 한 분이 위험 수준을 감지하지 못한 채 댐 수문을 열어 물에 휩쓸리는 비극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그래서 아트와가 내놓은 해법은?
“오염을 막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면 어디에서 수질 변화가 시작됐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그러려면 데이터를 면(面) 단위로 수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정 지점에 부표를 띄워 데이터를 모으거나 혹은 사람이 직접 물에 들어가 페트통에 물을 떠 와서 점검하면 그냥 ‘점(點)’이죠. 점에서 점까지 배를 타고 이동하며 점검하면 ‘선(線)’이 될 거고요. 근데 점이나 선 방식으로는 이미 일어난 오염을 사후에 인지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수면 위를 자유롭게 오가며 지그재그로 면 단위의 측정을 하면, 어디에서 오염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같은 면 단위의 수질 모니터링을 사람이 아니라 로봇을 통해 하겠다는 게 저희 아트와입니다. 기존 방식에 비해 데이터 정확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나 인력 문제로 인해 그간 점검하지 못 했던 수자원의 데이터까지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죠.”
미지의 수자원을 데이터로 관리해보자는 아트와의 비전은 정부 및 관계 기관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대한민국 물산업 혁신창업대전 대상(환경부 장관상, 2020년 11월), 해양산업 오션 비즈니스창업경진대회 대상(해수부 장관상, 2021년 9월), 도전 K-스타트업 왕중왕전 우수상(과기부 장관상) 등 장관상만 다섯 차례를 수상했다. 또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올해 중에는 프리A 라운드 투자유치에 나설 계획이기도 하다.
-수질을 점검하는 로봇은 기존에도 있었던 듯한데.. 차별점은?
“로봇 설계 측면에서 차별점이 있습니다. 기존의 자율주행 로봇들은 대부분 선박 형태로 설계됐습니다. 결국 로봇을 작동시키려면 배를 띄우는 과정이 필요한데, 선착장 및 진입로를 확보하거나, 혹은 물 위로 이동시키기 위한 크레인을 동원해야 하죠. 그만큼 운영 비용도 늘어나고요. 하지만 저희 로봇은 물과 뭍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수륙양용입니다. 물 위에선 배처럼, 물 밖에선 탱크처럼 이동해요. 진입로 여부와 무관하게 어디서든 자기 발로 물에 들어갔다가 자기 발로 나올 수 있고요.
보다 다양한 환경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선박 형태의 제품은 운행 중 방향을 돌리기 쉽지 않아 물 위의 장애물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있죠. 수심이 낮으면 진흙이나 수초에 걸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희 제품은 수륙양용이다보니, 예컨대 강 위에서 폐타이어를 마주치면 그냥 타고 넘으면 됩니다. 더 척박한 환경에서도 기능하도록, 일부러 낚시줄에 걸리도록 하거나 바다 파도에 띄워보는 등 실험의 난이도를 높여가며 성능을 개선하고 있어요.
또, 용량과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저희 제품은 전장 1.25m로, 3~4m에 달하는 선박형에 비해 작아요. 커버할 수 있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은 한계가 따라 붙지만, 애초에 규모가 작은 저수지라면 굳이 무겁고 비싼 장비를 쓸 필요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주로 규모가 작은 소류지를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누가 아트와의 로봇을 이용하나요?
“저희의 타겟 고객은 직접 물에 들어가는 수고를 감내하고 있는 실무 공무원 분들이에요. 외부에서 배와 선장님을 섭외하고, 직접 물에 나가 센서로 수질을 점검하는 분들이죠. 저희 제품을 이용하면 힘들게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거예요. 보고하기 좋은 양식으로 데이터를 추출해 활용할 수도 있고요. 실제 수자원공사가 관심을 가져주셔서 군위댐에서 실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 고객인 셈이군요.
“현재는 그렇지만, 민간 영역에서도 기회가 많아요. 올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작됐는데, 이 법에 따르면 중대한 환경 사고를 일으킨 기업은 매출액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과징금도 과징금이지만 영업정지라도 당하면 손실은 더 불어나죠.
불상사를 막기 위해,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 대부분은 방제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뭘 어떻게 해야 사고를 막을 수 있는지 아는 기업은 많지 않아요. 나름 꼼꼼히 모니터링 했는데도 단속만 나오면 뭔가 문제가 생기고, 더 답답한 건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저희 제품을 이용하면 이같은 환경 사고에 더 철저히 대비할 수 있겠죠. 그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아트와의 가능성에 가장 먼저 주목한 민간 기업은 현대차그룹이다. 아트와는 현대차그룹과 정몽구 재단이 운영하는 H-온드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실증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H-온드림은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현재 시장 경쟁 상황은 어떤가요? 아트와가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이미 단일 제품으로만 수십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는 수질 관리 솔루션 업체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특정 기업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수준은 아닙니다. 수질 관리 소요가 있는 고객이 발주를 하면, 여기에 대응해 로컬 업체들이 그때 그때 제품을 만들어주는 상황이죠. 즉,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황이라 저희가 비전을 제시하면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아트와(ARTWA)’라는 사명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아트(art)에 워터(water)를 합쳤어요. 로봇 시장이나 환경 기술 시장에서 대다수 기업은 기술에만 집중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력 자체는 평준화되고, 그 위에 어떤 디자인과 감성을 더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기술과 예술을 융합한 로보틱스 기업을 지향해보자는 철학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또, 물이라는 건 늘 일반 사람들의 삶 가까이에 있잖아요. 운동하러 한강 공원 가고 데이트하러 호수공원 가고.. 그 공원을 지키겠다고 굉장히 기계스러운 것들을 투입하면 사람들이 불편해 하지 않을까요. 수자원을 보호하면서도 도시 경관을 해치지 않을 솔루션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사업 목표는?
“수질을 모니터링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을 거예요. 우선은 녹조와 같은 오염물을 회수하는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아직은 시제품 단계라 회수할 수 있는 규모가 크진 않지만, 녹조 기준으로 한 대당 가로세로 100m 너비의 수면을 청소할 수 있습니다. 물 뿐만 아니라 하수관로에 진입할 수 있는 형태의 로봇도 개발하고 있어요. 그렇게 올 9월부터는 수질 모니터링 로봇, 녹조 청소 로봇, 하수관로 진입 로봇까지 총 세 종류의 로봇이 운영될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자일럼’으로 성장하는 게 강 대표의 꿈이다. 자일럼은 미국 나스닥 시장에도 상장한 글로벌 수자원 기술기업으로, 물과 얽힌 엔지니어링 기술로는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질 관리 분야에서 출발했지만, 저희가 가진 로봇 기술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물 산업은 IT와 로봇 기술로 새롭게 가능성을 선보일 기회가 많은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라는 방향성 아래, 물이든 뭍이든 자유롭게 활보하는 로봇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20809000932&ACE_SEARC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