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인천 강화군 더리미 포구. 이곳은 강화군과 김포시 사이에 자리 잡은 강화해협에 있다. 북쪽에서 한강, 임진강으로부터 강물이 흘러온다. 서해와 강물이 만나는 지역이다. 포구엔 철제 통 안으로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어른 키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날 오전에만 이 정도 쓰레기가 쌓였다. 포구 옆 식당에 한 어민은 취재진을 보며 퉁명스레 말했다. “그나마 치운 게 이 정도야. 비가 많이 올 때마다 난리지. 더 밑으로 가면 말도 못해.”
썰물로 빠진 뻘밭은 각종 초목류와 생활 쓰레기가 뒤엉켜 있었다. 초목류와 쓰레기를 인력으로 분류하는 건 불가능했다. 일단 모두 긁어모으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밀물이 되면 밀려온 페트병이나 스티로폼 등이 떠오르고 얽혀 ‘쓰레기 섬’을 이룬다.
하류 방향으로 좀 더 내려가 봤다. 화도교 인근 뻘밭에선 강화해협을 좀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었다. 강화해협 폭은 좁게는 200~300m, 넓게는 1km에 이른다. 이곳은 남북 간 해수면 차가 커서 물살이 빠르기로도 유명하다. 빠른 유속을 따라 쓰레기도 빠르게 움직였다. 강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각종 쓰레기가 보였다.
그러면서 또 일부 쓰레기는 다시 역류하고 있었다. 밀·썰물을 따라 빠르게 강과 바다를 오가는 쓰레기들이 마치 영화 명량을 떠올리게 했다. ‘쓰레기 울돌목’이다. 자주 이곳을 찾는다는 한 주민은 “비가 많이 오면 항상 이곳엔 온갖 생활 폐기물이 많이 몰려온다. 밀물 썰물을 타고 쓰레기가 몰려왔다가 나갔다가 한다”고 전했다. 쓰레기 중에는 냉장고도 보였다.
갈매기들은 해협에 떠 있는 쓰레기 옆에서 휴식을 취했다. 스티로폼을 부리로 쪼아 보기도 했다. 뻘밭엔 널브러진 페트병 옆으로 게들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좀 더 하구에 자리 잡은 광성보 인근 지역은 해협이 굽이지는 곳이다. 지형 특성상 더 많은 쓰레기가 쌓인다. 뻘밭으로 내려가 봤다. 페트병은 수없이 많았다. 떠밀려온 플라스틱 헬멧 안엔 나뭇가지가 가득했다. 힘줘 털어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치킨 플라스틱 상자, 슬리퍼 등도 나왔다. 이는 일부에 불과했다. 대부분 생활 쓰레기는 뻘밭이 아닌 해협 위에 떠 있었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거된 한 해 해양 쓰레기 총량은 13만8362t. 전년보다 27%나 급증했다. 5년 전에 비해선 200%나 늘었다. 해양 쓰레기는 크게 육상으로부터 밀려온 쓰레기와 해상에서 발생한 쓰레기로 나뉜다. 초목류를 제외하면 전체 쓰레기 중 하천에서 밀려온 쓰레기가 31%를 차지한다. 초목류를 포함하면 60%까지 급증한다.
폭우로 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이 해협까지 넘어가면, 이젠 진짜 바다다. 일부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모해 수산물을 거쳐 다시 밥상에 오르고, 일부는 바닷새나 물범 등 해양 생물의 목숨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일부는 수백 년 간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불청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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