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탈레이트(phthalate)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고자 사용하는 화학 첨가제(가소제)다. 목재가공이나 향수용매, 가정용 바닥재 등 광범위하게 쓰인다.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켜 생식이나 성장발달 등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호르몬 추정물질로 관리되고 있다. 주로 생식기관과 간 등에 독성을 유발, 성조숙증이나 불임, 정자 수 감소 등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비만, 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장애(ADHD) 등과도 연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체내 면역체계가 완전치 않은 영·유아가 노출에 특히 취약하다. 문제는 취약한 영·유아가 성인보다 더 많이 프탈레이트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발표한 ‘제4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소변 중 프탈레이트 농도는 16.46㎍/L(DEHP 대사체 2종 MEHHP·MEOHP 농도 합산)로 나타났다. 중고생은 18.9㎍/L로 증가하더니 초등학생은 39.1㎍/L로 급증했다. 영유아도 31.9㎍/L로 나타났다. 성인보다 초등학생, 영유아 등에서 2배 가까이 더 환경호르몬 농도가 높다.
프탈레이트는 입이나 호흡, 피부노출 등을 통해 몸으로 들어온다. 성인보다 초등학생, 영유아가 훨씬 환경호르몬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장난감을 주목한다. 장난감을 빨거나 바닥에서 노는 등의 행동특성에 영유아나 초등학생이 더 많이 환경호르몬에 노출돼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따르면, 미국의 성인은 8.58㎍/L, 중고생은 9.56㎍/L, 초등학생은 14.78㎍/L, 영유아는 14.45㎍/L로 나타났다. 미국 역시 영유아로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수치 자체는 한국보다 크게 낮다. 미국은 2009년부터 프탈레이트가 0.1%를 넘는 장난감이나 용품 판매를 금지해 왔다.
국내 역시 뒤이어 주요국 수준에 맞춰 규제에 나선 상태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고시 ‘어린이 제품 공통 안전기준’에 따르면, 규제 대상이 되는 프탈레이트 가소제는 DEHP, DBP, BBP, DnOP, DINP, DIDP 등 6종인데 어린이(만 13세 이하)가 사용하는 물품 등에는 위 명시된 프탈레이트 가소제의 총합이 0.1%를 넘지 않으면 된다.
문제는 중국산 저가 플라스틱 장난감이 주를 이루면서 기준치를 넘는 제품이 심심치 않게 적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설사 기준치를 넘지 않는 제품이더라도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없는 게 아니다. 업체는 정중하게(?) 경고문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을 뿐이다.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있으니 입에 넣지 마세요.’
친절한 경고문처럼 아이가 장난감을 입에 넣지 않도록 관리해야겠지만, 육아를 해보면 안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것들은 늘 상상 그 이상이다. 24시간 아이와 붙어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게다가 꼭 입에 넣지 않더라도 호흡, 피부노출 등으로도 유입될 수 있다.
결국 플라스틱 장난감을 없애거나 줄이는 게 해법이다. 아이 건강도 챙기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일 수 있는 정답이다. 최소한 장난감을 살 때면, 안내문이라도 꼭 한 번씩 살펴보자. 프탈레이트 가소제. 입에 넣지 말라는 경고문에 구매 의욕이 조금은 사라질 수 있다.
조금만 여유를 가져보면, 플라스틱 대체 장난감도 무궁무진하다. 원목 장난감만 전부가 아니다. 딱지접기를 해보거나, 구슬치기, 종이접기 등 전통놀이도 있다. 같이 요리를 해보거나 끝말잇기도 있다. 무엇이든, 플라스틱 장난감을 대체해보는 노력.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의 삶엔 의미 있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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