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음하는 바다, 뭐래?
바다로 버려지는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몰디브의 인공 ‘쓰레기섬’ 틸라푸쉬,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떠다니는 ‘플라스틱 아일랜드’(plastic lsland), 이미 우린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경고음을 접해왔다.
굳이 해외를 볼 필요가 없다. 해양수산부 등의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작년 기준 수거된 한 해 해양 쓰레기 총량은 13만8362t. 전년보다 27%나 급증했다. 5년 전에 비해선 200%나 늘었다.
그럼 우리가 바다에 버리는 쓰레기는 어떤 것들일까. 해양환경공단에 따르면, 해양 쓰레기는 육지에서 밀려온 쓰레기와 해상에서 발생한 쓰레기로 나뉘는데, 그 비중이 40%, 60% 정도(나무 등 초목류 제외)다. 40%를 차지하는 육지 쓰레기 중 해안가에서 발생한 쓰레기 비중은 22%이며, 나머지는 하천 등을 타고 밀려온 쓰레기들이다.
더 큰 문제는 60%를 차지하는 해상 쓰레기다. 이 중 75.5%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바로 폐어구로 나타났다. 육지·해상 쓰레기를 다 합쳐도 10개 중 4.5개꼴로 가장 많은 게 바로 폐어구다.
수산업법에 따르면, 어구는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하는 데에 직접 사용되는 도구를 뜻한다. 간단하게 보자면, 그물이나 낚시, 통발, 부표 등이다. 해양환경관리법에는 폐기물을 바다에 배출하는 것 자체가 원칙적으로 전면 금지다. 낚싯줄이 엉켰다고 바다에 버리는 것, 당연히 불법이다. 바다에 분뇨를 버리는 것도 금지다.
조개껍데기나 수산물 가공 잔재물, 그리고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Storag)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인 ‘이산화탄소스트림’ 등 정도가 예외적으로 바다에 버릴 수 있도록 지정된 폐기물이다.
사실상 상상가능한 쓰레기 전부가 불법인 셈인데, 지금까진 명확한 책임 소재 없이 사실상 방치돼 왔다. 그게 한 해에만 13만t 수준이다. 게다가 매년 급증하고 있다.
수산업법 개정안, 뭘해?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수산업법 개정안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우선 상징적으로 수산업의 지향점을 바꿨다. 수산업은 채집과 더불어 인류의 가장 오래된 생계 수단이다. 당연히 지금까지 수산업의 목표는 ‘더 많이 더 효과적으로’ 획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변했다. ‘더 많이’ 잡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더 오래’ 잡을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법이 명시한 수산업의 지향점도 “생산성 향상”에서 “지속가능한 수산업”으로 대체했다. 이대로는 더는 바다와 인류가 공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이 법은 산업에 관한 기본제도를 정함으로써 수산자원 및 수면의 종합적 이용과 ‘지속가능한 수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수산업법 개정안 1조
세부적으론 폐어구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제 60조, 제 71조~80조 등을 통해서다. 60조 1항에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어구의 규모나 형태, 재질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으며, 71조 1항에는 어구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자를 시·군·구에 신고, 관리하도록 했다. 또 해양오염 방지 등을 위해서 어구 판매량 등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마련했다(제 74조).
제 76조에선 어구를 설치할 때 소유자 등을 적도록 하는 ‘어구실명제’를 도입했으며, 78조에는 폐어구를 수거하게 될 때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폐어구의 소유자에게 부담하도록 명시했다. 즉, 어구에 실명제를 도입하고 폐어구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수거·처리에 들어간 비용을 소유자에게 청구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책임만 강화한 건 아니다. 81조는 ‘어구 보증금제’를 담았다. 어구를 구매할 때 일종의 보증금을 같이 지불하고, 이후 어구를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현재 맥주병이나 소주병 등 빈 병에 적용되고 있는 보증금제와 유사하다. 이를 관리할 어구보증금센터도 운영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월 이달의 해양유물로 ‘유리부표’를 선정했다. 친환경 부표의 시작이란 의미에서다.
70여년 전엔 유리부표를 사용했으나, 이후 스티로폼 부표로 전면 교체됐다. 그리고 스티로폼 부표는 폐어구 해양 쓰레기의 주범 중 하나가 됐다. 스티로폼 부표는 파도나 바람, 염분 등 때문에 스티로폼 외부에 금이 가고, 스티로폼이 부서지면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모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부표는 약 5500만개에 이른다. 그래서 대안으로 쓰이고 있는 부표가 ‘친환경 부표’다. 다만, 이름과 달리 이 역시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표란 점에선 ‘친환경 부표’라 부르기엔 한계가 있다. 내구성이 좋고 파손이 잘되지 않아 현재로선 스티로폼보다 덜 해롭다는 것 정도다.
진정 ‘친환경’에 가까운 부표를 만들고자 생분해성 대체 소재물질 등을 개발 중이며, 이는 좀 더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정부는 2025년까지 친환경 부표로 100%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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