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는 실제 존재하지만 인간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큰 ‘초객체(hyperobject)의 대표적인 예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려 있는 문제라는 점이다.”
▶ “전 세계 기후 재난, 갈수록 영향은 더 커질 것”=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위원회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더 빈번해지고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충격은 우리 일상과 세계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공개된 세계기상기후(WMO)의 ‘기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은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더웠던 해로, 산업화 이전 보다 1.4도 증가했고, 해수면 또한 위성 관측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3년에는 극한 기후가 지구촌 곳곳을 강타했다. 그리스, 불가리아, 리비아는 사이클론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입었고, 특히 리비아에서는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는 48.2도, 모로코는 50.4도까지 치솟는 기록적 폭염이 발생했고, 산불 피해 또한 심각해 캐나다에서 발생한 산불은 평년보다 6배 이상 넓은 면적을 불태웠다.
국내에서도 2022년 강남역 침수, 포스코 침수, 동해안 산불, 2023년 오송지하차도 침수 등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사례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몇 가지 예시에 불과하며, 극한 기후 사례들은 전 지구적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인명과 재산의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즉각적·직접적 재난 피해뿐만 아니라 새로운 질병으로 인한 건강 위험, 수산물·농축산물 생산 감소로 인한 먹거리 위험, 취약계층과 약소국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받게 됨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 심화와 기후난민 발생 등 우리의 사회·문화·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영향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OP28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 청사진 구체화= 전지구적으로 발생하는 자연 재난은 비단 타국의 얘기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의 길을 가야하는 이유다. 그리고 두 가치를 정책적으로 동시에 좇아야 하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다.
지난해 COP28에서 탈화석연료 전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서 정부는 탄소중립·녹색성장 정책의 청사진을 구체화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최초로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외에 원자력, 저탄소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이 명시돼 기술중립적 관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김 위원장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시스템을 무탄소 에너지로 전환하고, 관련된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원전분야 차세대 핵심기술 투자 촉진 등 무탄소 전원으로서의 원전 활용을 확대함과 동시에, 세계 최초 청정수소 발전 입찰시장 개설과 함께 청정수소 인증제를 올 상반기 중 시행하고, 포항·동해·삼척 등 수소클러스터 조성으로 수소산업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태양광은 주민수용성·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한 중대형·산단태양광을 확대하고,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 올해 10억원을 신규로 지원하는 한편, 풍력은 계획입지 도입, 인허가 애로해소 지원을 통해 해상풍력 중심으로 확대를 추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에 출범한 ‘무탄소연합(Carbon Free Alliance)’을 중심으로 ‘CFE 이니셔티브’를 적극 추진해 국제표준과 인증제도 설계, CFE 확산을 위한 국제 공조 강화, 개도국과의 협력방안 도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유일 ‘그린 리더’ 한국, 무탄소연합 주도= ‘무탄소연합’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에서 제안하면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김 위원장은 “에너지 전환 부문에서 국제사회의 커다란 패러다임 변화가 확인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기술중립적 관점에서 모든 무탄소 에너지를 동원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며 “올해 2월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 각료이사회 공동선언문에서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전의 중요한 역할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국가별 여건에 맞는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기술 도입 촉진의 필요성도 처음으로 반영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RE100(기업 소비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도록 유도하는 민간 차원의 캠페인) 이행에 불리한 국내 여건과 탄소중립의 잠재적 대안인 청정수소·소형모듈원전(SMR) 등을 고려할 때 다양한 무탄소에너지원을 포괄하는 CFE 도입은 탄소중립 추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탄소감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인정받을 수 있도록 수용성·확장성 있는 체계를 설계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진하고 한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탄소중립 규범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구상이다.
지난해 미국의 권위있는 ‘MIT 기술 리뷰(MIT Technology Review)’가 글로벌 전문가들의 연구·분석을 통해 76개국의 지속가능 및 저탄소 미래 역량을 평가하는 ‘그린 미래 지표Green Future Index)’ 보고서에서 한국은 종합평가 기준 8위로, 상위 20개 국가를 이르는 ‘그린 리더’에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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