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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길’ 내몰린 내연기관차...기업, 친환경 ‘열린길’ 내닫다
2021.03.11

지구 평균기온 유지 기간 7년 102일
지구촌 위기의식 내연차 판매 중단
에너지 세대교체...온실가스 감축효과
신재생에너지 기업 ‘석유공룡’ 수준 성장
현대차·포스코·SK...기업간 수소동맹
S&P 등 금융권도 ‘필환경’ 집중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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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뉴욕 유니온 스퀘어 가든의 대형 디지털 시계는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알렸다. 7년 102일 12시간 1분 59초. 지구 평균 기온을 현재와 같은 온도로 유지할 수 있는 ‘데드라인’까지 남은 시간이 7년 102일 남짓이라는 경고였다. 데드라인을 ‘라이프라인’(생명선)으로 바꾸려면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생존권 사수를 위한 인류의 선택이 기업에 새로운 동력과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화석연료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에너지 세대교체는 혁자생존(革者生存)을 준비하라는 경고이며 동시에 기회로 다가왔다.

 

화석연료의 시대는 이번 세기 내 종결을 앞두고 있다. 변혁의 표징은 2차 산업혁명의 상징이었던 자동차에서부터 포착된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오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추진중이다. 영국은 2035년으로 잡았던 내연기관 차량 퇴출 시점을 5년 앞당겨 2030년으로 정했다. 프랑스는 2040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법제화했다.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을 법령으로 명문화한 곳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주가, 캐나다는 퀘백주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한다. 한국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이르면 2035년부터, 늦어도 2040년에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하자 제안했다.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은 시장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324만대로, 전년의 226만대에 비해 43%나 늘었다. 볼보는 오는 2030년부터 전기자동차만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포드도 1조원을 들여 독일 쾰른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개조, 오는 2030년부터 유럽에서는 내연기관차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시장에는 애플과 샤오미까지 진입할 전망이다.

 

전기차의 호황과 별도로 한 축에서는 수소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포스코, SK 등과 ‘수소동맹’을 맺었다. 현대차는 포스코의 그린수소를 이용해 차세대 연료전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포스코는 포항·광양 제철소 내 업무용 차량 1500대를 현대의 수소차로 전환한다. 현대차는 SK와도 수소 관련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과 아람코도 최근 수소동맹을 맺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로부터 LPG를 수입, 수소생산설비를 통해 블루수소 생산에 나선다.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40년까지 300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공정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아람코에 공급, 탄소제로 공정을 갖추게 된다.

 

아람코의 수소 생태계 투자는 에너지 기업의 세대 교체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에너지 기업의 세대교체는 코로나19로 산업 생태계가 급변하는 과정에서도 촉발됐다. 코로나 사태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고, 주요국들이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면서 지난 100년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주름잡은 석유기업들은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엑손모빌은 지난해 224억달러(약 25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40년 만에 첫 연간 적자를 냈다. 셰브론도 지난해 55억달러의 적자를 냈고,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합병을 논의하기도 했다. 합병 논의는 올해도 진행될 수 있다는게 업계 관측이다. 엑손모빌은 우선 싱가폴 등의 인력을 감축하며 구조조정으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은 ‘석유공룡’과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넥스트에라에너지는 지난해 10월 시가총액이 장중 한 때 1500억달러에 달하며, 글로벌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엑손모빌을 추월하기도 했다.

 

향후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 친환경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에너지 기업의 세대교체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탄력을 받은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로 기회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화석연료에서 풍력으로 체질개선에 성공한 덴마크의 오스테드는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소의 약 4분의 1을 운영하며, 세계 풍력 발전량의 약 88%를 담당하고 있다.

 

오스테드는 지난해 말 아마존과 유럽에서 10년간 풍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전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의 수소 태스크포스(TF)에도 합류했다. 이탈리아의 에넬과 스페인의 이베르드롤라는 향후 10년간 신규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 17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틈새시장으로 분류됐던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이 본격적인 ‘공격경영’에 나선 것이다.

 

산업계 동향에 따라 금융권도 ‘필(必)환경’으로 움직이고 있다. S&P글로벌은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새 먹거리로 정하고 집중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블랙록도 올해 주주서한을 통해 “ESG를 고려하는 방식이 향후 블랙록의 가장 핵심적인 투자 모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도현정 기자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10311000558&ACE_SEARC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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